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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그래..그게 나의 한계다.

요즘 나는 나와 화해중이다.

내 이상형의 모습을 욕심내기보다 

내 색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없는 모습에 애를 태우지 말고 차라리 있는 모습을 다듬어 보자고 생각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여자들의 바램이 그렇듯..

나도 내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보다는 현명한 어머니가 되고 싶었다.

 

첫째 아이는 이제 내 손을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작은 아이는 이제서야 내 손 뿐만 아니라 나의 내면 깊숙이에 들어있는 양분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고에 입학한 다음 날부터 아이는 새벽 밥을 먹고 등교해서 밤 열두 시 반 쯤에 돌아온다. 

아이가 돌아와서 씻고 저 할 것 좀 하고 자리에 눕는 시간은 한 시 반 가량 되니..

아침 여섯 시 반 정도쯤에 먹는 밥은 그 아이에겐 새벽 밥이 될 수밖에 없다.

 

큰 애를 키워봐서 내가 나를 알지만..

난 현명한 어머니보다는 그냥 시끄럽지만 살가운 보통 엄마밖에 될 수 없는 그릇임을 시인하게 된다.

달게 자는 아이를 단 십 분정도라도 더 재우려 하다가 아이가 꾸물거려 턱걸이 시간이 되면..

아이보다 더 파다닥거리며 재촉하는 모습이 바로 내 리얼한 모습이다.

 

아침을 반 이상을 남길라치면 도시락으로 챙겨서 급하게 달리는 차에서 밥먹이는 내 그늘 아래서..

내 입이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되어..

아이보다 엄마 마음이 더 바쁜 상황의 연출 속에서..

어찌 강하고 실한 아이가 나올련지..?   염려가 많이 되기도 한다.

 

요즘 내 차는 달리는 식당차가 되었다.

야참을 먹는 것도 역시 내 차에서 이루어지니..

한 손에 핸들을.. 한 손엔 국이 담긴 도시락을 들고 간단히 밥을 먹여

학원에 데려다 주면 .. 그날 나를 가장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중요한 일과는 끝난다.

 

밤 아홉 시에 끝나는 학교 야간 자율학습..

그 때는 집에 돌아와 쉬면서 자기 공부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 일이고..

학원이 필요하다면 주말반만 다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애살은 많고 공부가 아직 아이를 부르는 수준까지는 되지 않는 내 둘째 아이는 주중 학원을 고집하니..

그것도 내 뜻대로 되질 않고.. 

     

어짜피 같은 학년끼리의 같은 환경이라면 이이 스스로 빨리 적응하도록 도우면 될 일이건만..

 

깨워주고 아침 밥 챙겨주고.. 먹든 못먹든..배고프면 스스로 챙겨 먹고 갈 때까지 기다려주고..

지각이 두려워 저가 스스로 긴장할 때까지 내 버려 두면 될 것을..

그 방법들이 교육적일 것 같은데..  그걸 알면서도 난 그게 안된다.

 

그래서 

"그래~ 잣나무에서 호두가 열리겠냐? " 혼자 반문하며 

'내 한계에서 자라는 것도 그 아이의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난 현명한 어머니 체질은 아니니 .. 살갑고 따뜻한 평범한 엄마 역할이라도 잘 하자'라며 

내 안의 소란스러운 생각들을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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