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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언젠가 아버지께 이런 말씀 드린 적이 있었지요.

원인을 알고 있는 시련은.. 저에게 이미 시련이 아니라고요.

 

아버지! 저는 지금 죽음의 계곡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방향을 잡을 수 없었던 어둠속 혼돈의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길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빛과 함께 할 수 없는 어떤 인간적 어둠의 그 어떤 조각도 용납하고 싶지않습니다.

아버지 앞에 감추어지는 것도 없겠지만 감추고 싶은 생각 또한 없습니다.

 

누가 저에게..

"네가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지 않을 생각이 아니라면 몰라도

 너에게서 무슨 어둠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말할지 모릅니다.  

 

저에게서 어둠의 의미는,

아버지의 빛과 함께 할 수 없는 ..

그 빛과 함께 하고픈 제 마음에 무게를 싣는 그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저에게서 어둠의 의미는,

아버지보다 더 사랑하고 있을지 모르는 무형의 존재들 입니다.

  

 

저에게 죽음의 계곡을 지나게 하심은..

아버지보다 더 사랑하는 무형의 존재들을 두고 있으면서도

아버지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정검하는 뜻으로 주신 것이 아닌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의 뜻이 아닐지라도

깊은 바다속 높은 수압을 견디며 협착한 협곡 사이를 지나가려면

제 무게와 부피를 최소화 시키며 더 이상 저와 분리될 수 없는 것 말고는 모두 벗어던져야 하는 것을 ..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고요.

 

현실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저의 믿음 생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정검의 시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누가 저에게 묻습니다.

아버지 하나님과 예수님을 왜 사랑하냐고 말입니다.

저는 그분들이 저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 가장 마지막까지.. 가장 많이 ..

사랑해 주셨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그 누가 저에게 다시 묻습니다.

네 사랑은 피동적인 것이냐라고요.

저는 다시 대답합니다.

어짜피 나의 시작은 피조물이었으며..

그 피조물의 시작은 창조주의 사랑에 의한 것이니

나의 사랑 또한 숙명적인 사랑의 차원 이상의 것은 나의 사랑범위가 아니라고요.

 

 

저는 아버지께 돌아가려 합니다. 

저의 시작과 끝인 분께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 땅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저의 행동으로 당신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초라한 저에게서 어찌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귀한 능력이 있겠습니까? 

 

만일.. 만일.. 아버지의 영광의 빛이 새어나온다면..

그것은 단지,

당신께 다가가는 과정에 당신께서 저를 도우시는 영의 빛이 

몸부림치는 저의 몸에 닿아 굴절되는 것이겠지요.

 

제가 아버지께 돌아갈 때에는

아버지께서 창조하셨던 죄에 오염되지 않은 인간의 첫조상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겉으로는..

당신 아들의 피로 깨끗하게 씻겨지고

당신 아들께서 이루신 의로움으로, 거저 받게 된 의롭고 거룩한 옷을 받아 입고

당신의 사랑을 온 몸에 채운 상태로 돌아가겠습니다.

 

속으로는..

하와의 후예로서

저의 인생중에 스스로 선악을 선택하여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보았고...

저의 인생중에 스스로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인격체로 살아보아...

그 두 가지 모두

아버지와 분리된 피조물로서의 인생의 한계를 뼈아프게 보고 듣고 느끼어

아버지를 떠나서는

우리가 행복할 수 없음을 ..

우리가 온전한 사랑조차 할 수 없음을..

우리가 도저히 선함에 도달할 수 없음을..

우리가 도저히 악함을 누를 수 없음을..   완전히 완전히 승복하고서 말입니다.     

  

 

오늘 제가 아버지께 드릴 특별한 감사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 아버지께 투정을 했었지요.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감수성을 주셨지만..

어떤 것도 제 손으로 이룰 수 있는 그 어떠한 재능도 주시지 않아..

그 사실로 저로 늘 가난하고 초라하게 만드신다고 투덜거렸지요.

 

지성을 소유하고 싶은 갈망을 주셨지만 그 지성을 소유하기에는 늘 무언가가 부족하여 기죽게 만드셨고..

뛰어난 예술성을 소유하고 싶은 갈망을 주셨지만 남이 이루어 놓은 것을 보고 즐길수 있게만 하셨고..

순결하고 고결한 사랑을 소망하였지만, 제가 바라는 순도의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의 몫이 아니라는 사실을 결국 아프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늘 부러워만 하게 하시고 주시지 않아, 저를 늘 가난하고 초라하게 만드신다고 투정하였지요.

 

그러나..

많은 상실의 세월을 보내고나서 보니..

그 모든 것은 저로 인생의 결국을 보여 주시기 위함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만일

제가 지성을 소유하였고, 제가 만족할 수 있는 깊은 예술의 전문가가 되고 나서,

아버지께 돌아가고자 하였다면..

저 안에 있는 또 다른 저는 또..

'더 이상의 바랄 것 없이 다 이루어 보니.. 그것 역시 부질없는 것이구나'를

깨닫고서야 아버지께 나아가고자 한다며

아버지에 대한 저의 사랑의 진정성을 또 의심하며 발목잡으려 하였을 것입니다. 

 

저 안에 있는 또 다른 저는 ..

저의 원수이면서도 저의 친구입니다.

제 안에는 두 개의 돌이 있어 그 두 개의 돌이 서로 부댓기면서..

정말 아프지만 서로의 모난 부분을 서로 깍게 만들고 ..

근거없이 자만하려할 때에 제 분수를 잊지 않게 하고..

근거없는 자기 만족에 빠져 마음에 더러운 이끼가 끼일 틈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이제는 그 친구를 서로 마음으로 안아 하나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그 친구가 저를 괴롭히는 마귀로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이 세상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관념에 포로된 희생자였기에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자신인 저에게 때로는 아주 심하게 괴롭혔나 봅니다.

알고 보니 마귀는 아니었어요. 

 

 

아버지! 저는 이제 제 인생이야말로 아버지께서 주신 귀한 선물로..

제 인생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양지 바른 땅에 자리를 잡았으나 다양한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부유함과 가난함이 .. 귀함과 천함이.. 의로움과 불의함이.. 기쁨과 슬픔이..

이유없는 복 많음과 이유없는 복 없음.. 모두를 가까이 보고 살았기에..

저와 무관하지만은 않은 인생들의 그 어떤 모습에도 겁없이 손가락질 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 한 나무에 열리는 열매였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진정 부끄러운 것은 변질되기 쉬운 마음과

얼굴이 채 돌려지기도 전에 웃음이 말라버리는 

진실하지 못한 ..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태도라는 것을 보다 읽찍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아버지께 돌아가려 합니다.

저의 시작과 끝이신 당신께로 말입니다.

아버지를 떠난 인생들의 결국이 어떤 것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게된 즈음에..

그 인생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모두를 이 땅에 내려 놓고..

그 인생들에게 베푸신 아버지의 사랑과 은혜만을 가슴에 담아..

빛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당신의 사랑의 표현이셨던 예수님의 발자국을 따라..  당신 곁으로 가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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