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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협에 다다라서..

한 삼십여 년 전 즈음 되던 때였던가요?   

여러 성경 번역본을 들고 영문 성경과 비교하며 성경을 보시던 어떤 신실하신 장로님께

심부름으로 무엇인가를 전해드리고 나서..

저는 도저히 이를 수 없을 것같은 경건한 경지에 다다른 신앙인의 모습이 너무도 부러운 나머지

인사하고 나와서도 뒤에서 한참을 훔쳐보고 서 있었습니다. 

아주 가난한 집 아이..

고귀한 자리에 거룩해보이기까지 한 집주인을 만나 심부름으로 가져온 물건을 전해주고

으례적이고 형식적인 인사를 받고 나와서는 ..

넘보지 못할 거룩한 생활에 기가 질리지만 부러운 마음으로 뒤돌아 다시 보고 선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아주 초라한 아이의 모습이었지요.

성경을 의무감으로는 계속 가까이 했었지만 ..

일반 책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표현들과 일상에서 유익한 구절만이 눈에 들어오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성서의 모든 글이 저의 살아있는 양식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아득한 옛날 아주 가난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그때 그 장로님처럼 경건하고 거룩한 모습으로 살지는 못하지만..

아버지와 우리 주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저의 가슴에 화인처럼 새겨져있어서

어떤 혼란스러운 일 앞에서라도 어떤 복잡한 일 앞에서라도

오직 제 가슴에 새겨진 그 사랑과 은혜만이 제 영혼의 주인이 되어 

저의 생명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경건함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자녀의 모습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구하고 늘 서 있습니다. 

 

제가 믿음의 바다에 너무 깊이 들어와버렸나 봅니다.

깊은 바다의 어둠이 저를 제압하고..무거운 물의 압력에 압도 당하고 있습니다.

깊은 해협으로 물길이 흐르고 있음이 보입니다.

그러나 움직이는 생명들초차 보이질 않습니다.

해초들조차 움직임 없는 곳.. 두려운 고요가 함께 드리워져있습니다.

 

저에게 입혀져 있었던 겉옷들이 거추장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저와 함께하여 제 몸의 일부와도 같이 되었던..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겉옷을 벗어 던집니다.

사람들의 보는 눈을 즐겁게 하려 목에 걸었던 ..

제 기쁨과 슬픔을 기억하던 진주 목걸이도 벗어 버립니다.

 

더 이상 버릴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제 몸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은..

이 깊은 바다까지 들어오게 했던

날 살리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던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궁굼증과,

태어난 곳은 알 지 못하나 내가 가야만 하는 곳은 알고 그곳에서 감사를 드리고 싶었던 마음과,

아버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과 같은 사랑을 소유하고 싶은 사랑의 욕심이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이것만을 지니고..

새로 보이는 그 깊은 해협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부러웁던 삼십여 년 전의 거룩해 보이던 그 장로님의 모습이 제 몸에서는 찾아 볼 수 없을지라도

실망하지 않고 ..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오직 아버지와 하나되신 우리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 신뢰..

그것만을 가슴에 담고 ..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자신을 부인하고 인류를 사랑하셨던 그 모습만을 바라보며

그분이 가셨던 그 길만을 바라보며 가겠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약도를 보고 아버지를 찾아 가는 길이오니 

아버지 하나님과 예수님의 깊은 사랑의 세계를 좀 더 선명히 보여주셔서 

가는 길이 더 기쁘고 활기차게 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버지 계신 하늘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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