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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날

제게 아주 피곤한 날이 있다면 머리가 맑지 않은 날을 겨우 보내고서 입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런 이유없이 사막에서 방향을 잃고 서 있는 것같은 느낌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서는

저는 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한 번씩 돌아오는 그 기분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불더러 '동작 그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힘든 것입니다.

 

그 시간은 어쩜 저의 정체성을 점검하는 시간 같기도 합니다.

 

 

그러한 시간에서 풀려나면 저는 늘 새로운 길을 떠나는 여행자의 기분으로 길을 마주합니다.

 

이제껏 제가 어떤 이였는지 ..

이제껏 제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이제껏 제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 저에게..  

어디로 갈 것인가부터 새로 묻습니다.

어김없이 "내 아버지께로.."라는 답을 합니다.

그 답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왜 네 아버지가 되시냐?"라고 묻습니다.

심장이 멈춘 것 같아 차가워진 머리로

"우리 주님께서 당신으로 사랑으로 나를 그러한 자리로 올려주셨어"라 대답합니다.  

 

사람들에게 그런 말이 믿길 것이냐라고 다시 묻습니다.

감정없는 담담한 말로

"사람들의 판단은 상관없어. 그건 내 생명같은 내 믿음일 뿐이니까"라는 대답을 합니다. 

 

캄캄한 우주에서 저 혼자 그 답변을 하고 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저의 모든 정서와 이성을 멈춰버리고 나서도

제 가슴 속에 담겨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믿음과 당신의 은혜에 대한 감사함과 사랑 뿐일 것입니다.

 

그 믿음과 감사함과 사랑이 오늘까지 제가 살면서 얻게 된 유일한 보물이었습니다.

 

그 보물이 오늘도 긴장을 풀지 않고 하늘을 바라며 사는 이유이고 

또 앞으로 살아갈 방향이 될 것입니다.

 

 

어제 오늘은 큰 시험을 보는 수험생처럼 지치고 힘든 날 같기도 하고 

꼭 수술 전에 금식을 하고 옷을 벗고 수술복만 입고 있는 이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날이고

수술받아 아무 정신없는 날 같기도 하였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겠지요?

아버지께로부터 오는 평안함 안에서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푹 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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