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말라버린 연보라빛 들국화 같았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만도 이십 오년이 넘도록 한 장소에서 꼬지오뎅을 팔고 계시던 분이셨습니다.
한 동안 안 보이시고 며느님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계시길래
몸이 많이 편찮으신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었습니다.
마를 것이 더 이상 없어 보이던 그 몸에, 그래도 더 빠질 살이 있었는지
핼쓱하게 다 말라버린 들꽃처럼 가볍운 몸을 가지고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앞치마를 두르지 않은 상태로 말입니다.
작은 체구, 단정하게 비녀를 곱아 올린 머리,
늘 같은 스타일의 옷차림으로 항시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시던 그분의 주름진 손엔 항시 행주가 들려있어
사람들이 먹고 흘린 오뎅 국물을 훔치고, 이내 빨아 또 손에 쥐고 대기하고 계시던
그분의 평소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분의 이 땅에서의 호흡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아 보였습니다.
일본식 교육을 받은 특유의 예의 바른 말씨와 늘 단정한 모습,
그리고 옆도 바라보지 않고 외길 앞만 바라보며
늘 일관되게 사시는 그 모습은 나름 격조가 있어 보여, 저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보통 할머니와는 다른, 장인정신을 가진 음식점 주인 같았습니다.
오랜 단골이기도 하여 복잡하고 바쁠 때는 인사조차 않고 조용히 자리를 뜨지만,
눈에 잠깐 스치기만 하여도,
제 뒤통수에 대고 "이모님! 가십시오."라는 인사를 잃지 않는 그분의 따뜻한 인정이
많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때는 모두 그렇게 마른 꽃처럼 되어 가나 봅니다.
싱싱하던 생명력을 잃어 가고, 뜨겁던 정열의 피도 식어 가고, 질기던 애착의 끈도 놓아 가면서..
그렇게 그렇게 다 놓고 다 버리고 가벼워진 몸으로 자연으로 가나 봅니다.
우리 정신을 담고 있던, 육체라는 집의 모든 것을 이 땅에 돌려주고 떠나는 우리에게
결국 남는 세계..
그 세계가 다름 아닌 우리 아버지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면.
우리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여행길이 될 것입니다.
아버지의 선물이 아니었다면 이 땅에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 그 많고 많은 생명들과
다를게 하나도 없을 뻔 했습니다.
아버지의 선물인 새로운 세계로의 시작은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셨습니다.
그 아들을 저희에게 주신 분은 바로 사랑 자체이신 아버지 하나님이셨고,
아버지의 사랑으로 태어나게된 저희의 삶은 은혜 자체였습니다.
저는 그 은혜가 너무도 감사하여..
제 생명 존재하는 곳이면 곳마다 그 은혜를 계속 노래할 것입니다.
먼 훗날 저의 몸이 그렇게 가벼워진 날,
그 마른 꽃 같은 육체의 옷을 허공에 던지며
이 땅에서 얻은 보물 '은혜'라는 제 심장에 새겨진 그 보물을 안고
제 평생 그리던 아버지께로 향하여 높이 날아 오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