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나이가 몇 살이야?
"서른 일곱"
그 후로 우리 엄마 나이는 계속 서른 일곱이었다.
내 머리에 엄마 나이가 새겨진 것은 서른 일곱이었다.
어릴 적에 내 머리 감겨주고 말려서 빗질을 해 주실 적에
편한하고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지면
이담에 우리 엄마 할머니 되면 늘 업어주어야지!
예쁜 옷도 사드리고 돈도 많이 드려야지!
그때 마음으로 다짐했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에서 옥수수빵 배급을 주었을 적
엄마와 동생과 먹으려고 난 손도 대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다.
날 기다리셨는지 동생 바깥놀이 시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갔다 올 시간이 되면 자주 우리 대문 앞에 계시곤 하셨다.
그러면 난 자랑스럽게 기다란 옥수수빵을 엄마에게 내어 드렸다.
왜 먹지 않고 그걸 그대로 가져왔어? 하시면서도 좋아라 하시는 엄마.
그 좋아라하는 엄마 얼굴을 보려고 단 한 번도 먹고 온 적이 없었다.
이담에 내가 돈을 벌면 우리 엄마 맛난 것 많이 사드려야지!
그때 마음으로 다짐했었는데...
언젠가 열이 올라 혼절했을 적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캄캄한 밤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우리 엄마 등에 업혀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고 왔다 갔다 하시며
하늘을 보고 있는 엄마등이 너무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깬 척도 않고 가만히 있었더니
한참을 그렇게 계시던 우리 엄마.
"이젠 괜찮아?" 내가 깬 것을 알고도 가만히 계셨던 엄마!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알았지"
그 말이 얼마나 사랑이 가득하던지 엄마 등에서 내려오기 싫었었다.
내가 어른되면 우리 엄마 호강시켜드려야지!
그때 마음으로 그렇게 다짐했었는데...
그때 쯤 우리 엄마 나이,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렸었지.
내 나이 엄마 나이 동갑되었을 때 엄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내 아이들 키우면서 드는 생각. '그때 나는 엄마에게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그때 우리 엄마 지갑엔 돈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때 우리 엄마 여자로서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까?...
지금 우리 어머니 나이 일흔
아직 내 머리속 기억의 서른 일곱이란 숫자는 그대로 맴돌고 있는데
시장 바구니 가득들고 땀 흘리시며 들어오시는 모습 아직 선명하고
당신 잘 하시는 냉면이나 닭도리탕을 내어 놓고 식구들 돌아가며 칭찬하면
당신 드실 생각하지 않고 좋아라 하던 그 모습 아직 눈에 선하고
젊은 시절 얼굴 아직 기억 선명한데, 세상에 우리 어머니가 할머니처럼 일흔이라니...
내 식구들이 항상 우선이라 내 식구들 치닥거리 시댁식구들 치닥거리 다 하고
남은 시간 돌아보려니 늘 쭉정이 짜투리 시간
그 쭉정이 시간 그것도 고마워하는 초라한 마음 안스러워 도리어 짜증까지 ...
나 어릴 적 다짐은 그렇지 않았었는데...
어릴 적 그 마음이면 내 어머니 저렇듯 외롭게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지는 않을 터인데...
내 어머니 돌아가시고 안계시면
어릴 적 그 선명한 기억들과 그 다짐들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초등학교 입학식날 내 코트에 손수건 달아주실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흔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