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저런 이야기/4

내 기억의 시작. 다섯살

우리 가족의 서울 생활이 시작된 첫 겨울

 

내 나이 다섯 살, 내 오빠 나이 여덟 살

 

바람개비보다 더하다 하여 붙여진 팔랑개비 별명처럼 살던 시절

 

누가 가져다 주었는지 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

 

내 손에 오빠 손에 손바쁘게 왔다갔다...

 

그것도 지겨워진 다섯살 나. 다락에 호기심의 눈이 갔다.

 

이불 쌓고 밟고 오빠 도움 받아 올라 간 다락

 

이내 재미없어지고

 

무섭지만 방바닥에 풀어진 이불더미 의지해 뛰어 내렸다.

 

간담이 서늘하지만 뛰어 내리면 뿌듯해

 

하고하고 또 하고

 

오빠까지 합세해 방안은 엉망

 

그것도 재미없어진 나

 

강아지까지 합세시켰지.

 

눈 뜬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강아지를

 

강아지에 비하면 산과 같은 나랑 같은 몸인 줄 알고...

 

단 한 번의 다이빙에 허무하게 숨을 멈춘 그 녀석

 

안고 울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 무섭다며 치우라는 오빠 등살에

 

수건에 싸고싸고 집앞 쓰레기장 앞에 두었지.

 

내가 죽인 것이 분명해 두려워진 나

 

무섭고 미안해 온 몸이 얼어붙었지.

 

 

다음 날이 되어도 문 앞에 나가지 못하고

 

몇 날이 지나 그 녀석 보고싶어 찾으나

 

내가 둔 자리에 우리 강아지를 싼 수건은 없었다.

 

 

그제서야  눈물이 났다.

 

그제서야 소리내어 울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 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장으로 모는 채찍  (0) 2007.06.09
날아든 작은 새를 보며...  (0) 2007.06.06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0) 2007.05.30
하나님도 이미 알고 계시지요?  (0) 2007.05.27
주님 앞에 내려 놓습니다.  (0) 2007.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