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서울 생활이 시작된 첫 겨울
내 나이 다섯 살, 내 오빠 나이 여덟 살
바람개비보다 더하다 하여 붙여진 팔랑개비 별명처럼 살던 시절
누가 가져다 주었는지 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
내 손에 오빠 손에 손바쁘게 왔다갔다...
그것도 지겨워진 다섯살 나. 다락에 호기심의 눈이 갔다.
이불 쌓고 밟고 오빠 도움 받아 올라 간 다락
이내 재미없어지고
무섭지만 방바닥에 풀어진 이불더미 의지해 뛰어 내렸다.
간담이 서늘하지만 뛰어 내리면 뿌듯해
하고하고 또 하고
오빠까지 합세해 방안은 엉망
그것도 재미없어진 나
강아지까지 합세시켰지.
눈 뜬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강아지를
강아지에 비하면 산과 같은 나랑 같은 몸인 줄 알고...
단 한 번의 다이빙에 허무하게 숨을 멈춘 그 녀석
안고 울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나 무섭다며 치우라는 오빠 등살에
수건에 싸고싸고 집앞 쓰레기장 앞에 두었지.
내가 죽인 것이 분명해 두려워진 나
무섭고 미안해 온 몸이 얼어붙었지.
다음 날이 되어도 문 앞에 나가지 못하고
몇 날이 지나 그 녀석 보고싶어 찾으나
내가 둔 자리에 우리 강아지를 싼 수건은 없었다.
그제서야 눈물이 났다.
그제서야 소리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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