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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저의 주변이 모두 거울이네요. 아버지 !!

전혀 뜻밖에 인선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희 약국 단골 젊은 부인에게서..


참담 그자체였습니다.


언젠가 인선이가 보낸 과일상자를 가져왔던 이가 바로 그 젊은 부인의 남편이었습니다.

그의 남편은 인선이 남편의 회사 직원이었던 거였습니다.


인선이는 제게 특별한 인연이었습니다.

한 살 손아래 시누이 고교동창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버지 당신으로 

우리 사이에 신뢰와 사랑이 강처럼 저절로 그리 흐르게 되었던 것이었지요.


사랑하는 아버지..   

 

언제였을까요..

사방이 숨을 죽여 나른하기까지 하던 봄날, 그날에,

얌전하지만 화사하게 차려입었던 그아이 그모습이 결국 마지막이 되었네요.

그때 목에 두르고 있던 그 아이의 약간 두께감 있는 진주빛 실크 스카프가

천년이 지나도 끄떡하지 않을 절벽을 끝없이 때리는 힘없는 파도가 되었습니다.

 

이시간 차가운 땅속에서 잠들어 있을 그아이의 존재적 현실과 

제 기억에 계속 남아 저를 괴롭게 할, 그때 그아이 목에 감겨있던 진주빛 스카프는

앞으로 각각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영원한 평행선처럼 그리 달릴 것 같습니다.

 

그 아이가 그토록 당신께 매달리게 된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당신을 향한 믿음과 신뢰와 사랑은 참으로 대단하였습니다.

당신의 사랑과 영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아이 얼굴에서 빛이 났었습니다.

한꺼번에 순식간에 닥친 그불행 앞에서 바람앞에 촛불처럼 흔들렸을 그의 인간적 마음이

안스럽고 안타까워 마음이 몹시도 아파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저도 이젠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닌가 봅니다.

갑자기 불어닥친 불행의 그림자들로 어설프게 당신을 원망을 돌리기보다

이땅에 불행의 근원을 소멸시키시고 새로운 인류역사를 펼치실 

당신의 독생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양쪽 어깨에 매여진 짐과 그 무게에

저절로 집중이 되고 있으니까요.

인선이가 당한 그 고통은 바로 저의 고통이요

그아이의 기도가 저의 기도가 될 것이었습니다.

 

당신께 눈물로 간청드렸을 그 아이의 살아생전 기도를 모두 기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 아이가 남겼던 당신 앞에 선한 행동들의 결실들이 그녀의 남겨진 두 자녀에게 모두 돌아가게 해 주세요.

 

사랑하는 아버지 ..

저 안에 있는 또다른 저에게 보여지는 모든 주변이 거울입니다.

줄기가 가느다란 곱고도 여린 꽃같기만 하던 아름다운 영혼을 한순간에 스러지게 한 모진 바람

그런 모진 여러 형태의 바람들을 모두 끌어안고 죽으신 

당신의 독생자 우리 주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만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저를 둘러 싼 배경의 거울에 그대로 드리워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