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저는 다시 일어나야 했습니다..

극심한 울렁거림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물 위와 물 아래로 오르내릴 때

제 눈에 비쳐지는 것들로

심한 난시가 찾아와 거의 정신을 놓을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중들의 무수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떤 이를 향하는 환호도 ..

제법 식자인듯한 이들이 내어놓는 논리정연한 비판도 ..

입이 있는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개구리떼의 소리같기도 했습니다.

그 무리속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 어떤 이의 진실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그를 추적한 이들이 내어놓는 물증들로

저마다 그의 그 진실을 추리하여 판단하고 그 판단을 내어놓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프기보다 실망과 그 실망에 자기 타협이 더 빨랐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타협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에겐 그 타협이 더 못견디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었겠습니다.

더하기로는 정죄하고 심판하는 그 자체에 열중하는 것 이하도 이상도 아닌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 무리들속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 어떤 이는 그 보이지 않는 개구리 합창같은 심판의 힘에 가두어졌고

그 힘에 밀리어 자신에게 허락된 삶의 끈을 놓아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지금 제가 당신께 드리는 이 글은

정치에 식견이 좁은 제가 어줍잖게 한 정치인의 애석한 죽음에

그 어떤 판단을 내려놓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를 죽음으로까지 내몰던

보이지 않는 그 힘과 하나되었던 우리들이 내어놓는 안타까운 눈물 안에서

인간의 한계를 느끼며 심한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버지..

제 눈에 저를 포함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고가던 군중 하나하나가

눈이 밝아져 선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처럼 되어버린 이들로 보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신 이름을 부르며 당신께 기도를 드리던 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이나 모두

눈이 밝아져 선악을 알게 되어 하나님처럼 되어버린 이들로 보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눈물조차 내지 못하는 징그러운 개구리 울음소리는 기어이 제 비위를 틀어놓고 말아

저는 저 안에 있는 내용물을 모두 개워내고 땅바닥에 송장처럼 누워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만 닥치라고 .. 소리치고 싶었지만 제 입에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 몸은 이제 더이상 제 명령의 권한 아래 있기를 거부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에 감각은 사라지고

단지 머리는 전기에 감전된듯 하얀 허공속에 그저 존재감 자체로 떠 있는듯 싶었습니다.

예수의 죽음안에서 간절히 죽고 싶어졌습니다.

선악을 판단하며 악을 정죄하고 스스로 선을 찾아 즐기던 그 행위가

그 징그러운 개구리의 몸짓과 울음소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이땅에 선물로 오신 둘째 아담의 후예인 빛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죽을 힘을 다해 그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인간의 시간 개념을 넘어 당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예수께서 펼치신 새로운 세계 속에서

당신의 새창조물로 태어나기 위해

저는 그 패닉상태에서 다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서며 ..  (0) 2009.05.29
눈을 들어 ..  (0) 2009.05.28
선하신 아버지여..  (0) 2009.05.25
아버지시여..   (0) 2009.05.24
흔들리는 배 위에서  (0) 2009.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