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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신 아버지 ..

붉은 저녁 노을이 

제 영혼의 이마에 비치자 

입체적이고 여러 컷트 면을 가진 제 이마엔

그 시간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색이 모두 드러납니다.. 

  

그 순간  ..

저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이런 다양한 면들이 내는 각각의 색들이 

어찌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겠는가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무욕의 경지에 이른 한 영혼의 눈빛이 떠올랐습니다..

기도하기 위해 모은 주름진 두 손이 떠올랐습니다..

고난 속에 태어난 어린 생명을 안고

그 고난과 이미 하나된 모습의 허리 구부정한 모습의 성녀가 떠올랐습니다..

 

그녀의 무욕의 눈빛은

꼭 저와 마주하여 대면하고 있는 것처럼 점점 살아나더니

저에게 깊은 한숨을 토해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깊은 한숨은 또 ..

제 눈에 아주 무거운 눈물이 서서히 스미게 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 

제 나이는 그리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그러나 제 눈엔 아직까지

소녀적 기대와 열망과 부푼 꿈의 풍선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아이들처럼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허락될 삶의 연수는 길어야 삼십 년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새로운 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무욕의 눈빛은

제게서 너무도 먼 것 같아 막막해졌습니다..

 

저는 아주 외로워졌습니다..

 

저는 제가 당신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한다거나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

그리 적지 않은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제 생에 애착이 어찌 그리 많이 있을 수 있는지..

 

그 사실이 .. 바로 그 사실이 ..

우리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기꺼이 바치신 우리 주님께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그 분의 사랑과 희생이 제 가슴에 분명히 새겨져 있는데

어찌 내 생명에 속한 애착들이 그리도 절실할 수 있는 것인지 ..

 

그 사실이 .. 바로 그 사실이 ..

스스로 많이 슬플 뿐이었습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당신의 인자하심과 사랑 많으심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어둠으로 빛을 세우시는 분이시며

악으로 선을 더 아름답게 드러내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선하심으로 저의 부족함을 채워 주시어

저의 선한 동기들이 당신 안에서 온전한 결실로 맺어질 수 있도록

당신께서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의 사랑 안에서 사랑의 결국은 기쁨이며 환희이며 축복이라는 사실로

당신께서 지으신 세계의 완전한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도와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