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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어려운 사람 있으면 함께 지낼 사람 한 번 알아볼까 싶다.

 내 아는 사람은 혼자 있다가 쓰러져서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데 살 가망이 별로 없는가 보다.

 그 소식을 듣고 나니까 아플 때 혼자 있을 때는 좀 무섭다."

 

제 어머니의 그 말씀을 듣고 가슴이 막막해져 왔습니다.   

어머니의 몸이 와해되어가고 있음을 제 눈으로 확인하면서..

아버지! 저의 사랑없음과 의리없음과 무심함으로

어머니 혼자 외로이 시들고 계셨다는 생각에

죄인의 짠 눈물이 가슴을 타고 내렸습니다.    

 

아버지! 제가 무슨 사랑을 논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제가 제 육신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추억에 잠겨 있을 때..

살아계신 어머니는 점점 와해되어가는 자신의 몸에 겁을 먹으며..

앞으로 다가올 당신 미래의 불안감에 떨고 계셨습니다. 

 

일 년 전만 해도 .. 저렇지는 않으셨는데..

늘 꼿꼿한 자세로 다니시는 당신께서 오히려 젊은 딸에게 

젊은 애가 왜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냐고 나무라시며,

모두 밥 제 때 안 먹어 배에 힘이 없는 탓이라며 절 만날 때마다 우유와 쥬스를 챙겨 나오셨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콜셋을 두르시고 .. 썬크림에 화장을 하고 다니셨는데..

 

밖에서 걸어오시는 제 어머니는 예전의 그 어머니가 아니라..

구부정한 자세에.. 푸석푸석한 맨 얼굴의 노인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가방엔 제가 원하면 주려고 준비해 오신 우유와 쥬스가 들어가 있어 여전히 무거웠습니다.

 

서울에 있는 아들네에 가서도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도 못 꺼내 드시는 마음 약하신 어머니..

혹여 딸집에 와서도 편히 밥상을 받지 못하실 정도로 사위가 여전히 어려우신 어머니..

그 여리신 어머니가 서서히 주저앉는 전 과정을 그저 남들처럼 지켜볼 수 밖에 없는가 봅니다.

  

아버지! 남들이 다 그렇게 살듯.. 저도 그렇게 일 생기면 그때 상황 대로 ..

그 상황에서 빚어지는 급한 상황만 이리저리 막으며 살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시댁에 가 볼 때가 되었는데 가 보지 않았으면 ..

내 친정 어머니께도 가지 못하는 저는.. 남들이 말하는 대로 양심이 고운 것이 아니라..

제 맘 편치 않는 것은 하지 않으려는 저의 고도의 이기심 임을 저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 제가 너무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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