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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뒹구는 신발 한짝

참혹한 화마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서 주운 

까만 신발 한짝을 가슴에 안고 아버지 계신 하늘을 바라봅니다.

 

우린 본디 이런 존재들이지요.  

산불 만난 노루처럼 허겁지겁 하다가 눈동자가 고정되고 마는..

 

악몽같은 시간들을 보내야 했던 이미 이 땅에 뿌려진 눈물들에게

결국엔 같은 운명들의 눈물로 위로합니다.

 

캄캄한 공간 날아다니는 불꽃들은 악마의 입에서 튀기는 침같았습니다.

그의 어깨 위에 걸쳐진 검은 망토로 검은 연기 가득한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갈 때

연약하기만 하던 노루들은 거친 바람에 몰려다니던 낙엽처럼 그곳으로 쓸려갔겠지요.     

 

악몽같은 시간의 주인공들이었던 이 땅의 민초들에게

같은 민초로 살아왔던 이의 마음으로 위로합니다. 

같은 민초의 눈물과 두려움과 애끓는 통곡으로 마음을 같이합니다.

 

이 땅에 이미 뿌려진 눈물들에게 같은 눈물로 노래합니다.

 

이 땅의 불행은 아주 오래 전

우리 인간 조상의 손에 의해 사망의 권세의 문을 열어 젖혀짐으로써 예견되었던 것이었지만..

 

그런 불행에 가둬진 노루같은 우리 인생들에게 하나님의 아들이 영광중에 이 땅에 오심으로서

이 땅의 불행과 눈물은 결국엔 모두 거둬질 것이랍니다.

 

이제는.. 이제는..이 땅에서의 모든 수고로움을 내려놓고 평안히 잠드소서. 

나뒹구는 까만 신발 한 짝.. 이 땅의 친구의 마음으로 곱게 가슴에 묻겠습니다.

  

먼 훗날.. 사랑의 주님의 은혜 아래서 부활되는 날엔 ..

오늘의 이 불행은 생각도 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죄없는 세상.. 더 이상 눈물없는 은혜의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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