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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잡풀로 어수선한 골목길 한 귀퉁이에서, 이 세상과는 별로 관련없는 도시의 유령처럼

길 모퉁이 돌맹이에 걸터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 보고 있었습니다. 

 

시장 본 검정 비닐봉지 여러개를 차 옆 풀숲에 내려 놓고는 ...

 

그 동네엔 어린 참새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습니다.

부는 바람엔 바다 짠내가 실려 있었습니다.

 

차 열쇠를 둔 채로 문을 잠겼기 때문에

열쇠를 가지고 달려오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바로 옆 큰 건물에서 할머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손에 손에 커다란 휴지 묶음과 사은품같은 것이 들려있었습니다.

 

할머니들간에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한 할머니의 착각으로 벌어진 헤프닝으로 판명나서 결국엔 해결되었지만

대여섯 분들이 각기 모두 큰 목소리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느라 

누가 이 싸움의 장본인인지 편드는 사람인지 정의감에 판결을 돕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눈엔 그 작은 일에 목슴을 걸고

목청을 올리는 연세 드신 어머니들의 핏대가 아까웠습니다.      

아니 그 물건들에 그리 애착을 가져야 하는 그분들의 생활이 안스러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갖게 된 영원한 생명의 씨를 심장에 소유하지 않은

이 땅의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 우리 형제 누이, 동생들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보편적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한 때는 저 열심있는 모습들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큰 소리가 날 것 같은 상황이면 나의 억울한 손실, 누구 잘잘못을 떠나 그 상황을 종료시키는 쪽으로

해결을 보는 스스로를 겁쟁이며 비겁하다며 

스스로를 참으로 많이 깍았습니다. 

그런 방법 또한 스스로를 지켜내는 하나의 또 다른 방법이었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 또한 사는 방식은 똑 같지만 이제는 저를 깍지 않습니다.

 

착해서도 아니고 싸움 못하는 비겁쟁이라서도 아니고

제 마음에서 소중한 것이 이 땅의 소산물보다는 평화였다는 것,

그리고 저 자체가 이 땅의 소산물에 애착을 가지지 못하고 살

운명을 타고 난 것이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영적인 희망이 제게 없었다면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이방인처럼...

있으나마나한 유령처럼 ...

 

그렇게 세상에 겉돌며 살다가 사라질뻔 했습니다.

 

...

 

하늘을 보니 

참새떼들이 하늘 공간은 자신들에게 허락된 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

편안하고 자유롭게 몰려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자유와 행복을 보는 것이 그 시간 하나님을 뵙는 것처럼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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