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내 어머니 집을 다녀오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7. 1. 2. 11:14

내게 주어진 인생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 인생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소박한 인간미를 가진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의심이나 긴장의 날을 세울 필요를 모르고 살아올 수 있었다.

더우기 사회 생활을 시키지 않고 당신의 울타리에서 당신 사위의 울타리로 그대로 전해주려 하셨던

내 아버지의 욕심 아래, 난 자기 보호의 겉옷을 준비하지 못하였었다.  

날 오해하여 공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친구간에서도...

 

내가 내 터전을 떠나 어떤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릴즈음 누군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어지간히 자기 방어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난 지금도 나를 위한 자기 방어를 할 줄 잘 모른다.

그래도 새로운 토양에 뿌리를 내린지 이십년이 다 되어가면서도

그곳에서도 내가 내 방어를 위해 필요한 자기 바리케이트 치는 방법을 여전히 만들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새로운 땅 주변의 사람들 또한 나와 스타일만 달랐을 뿐 소박한 인간적인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난 내게 주어진 인생을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제는 내 어머니께 갔었다. 

내 어머니는 성품면에서 여리신 들꽃같으신 분이다.

빳빳한 잎이 없어 자신 스스로를 지키기보다 

오히려 상처를 쉽게 받는 그런 여린 분이시다.

딸이건 아들이건 며느리이건 어른으로서 요구하시는 부분이 없으셔서 딸의 마음을

도리어 아프게 하신다.

새해 인사로 어머니를 찾아 뵈러 가기보다 제 몸과 마음이 괴로워 쉬러 찾아온 딸을, 

제 필요하면 찾는다고 나무라시기는 커녕 누울자리 마련해 주시고 방문 닫고 나가시는 어머니이시다.

딸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싶은 시간이 되면 돌아갈 시간이 되지 않았느냐며 크지 않은 소리로 깨우시고, 나와보면 ,

이미 끓은지 한참 된 듯, 불 줄여진 가스렌지 위 주전자에서는 김이 모락모락나고있고,

탁자엔 물만 부으면 될 커피잔이 준비되어 있다.  

딸이 별로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으면 굳이 말을 시키시지도 않는 내 어머니의 배려 속에

깊은 사랑을 느끼며 한나절의 낮잠과 살가운 애정의 옷을 입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늘 이런 행복의 기회도 점차 줄어들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두려워진다.

그러면서, 이런 어머니의 딸로 누린 편안한 행복들을 이제껏 누려왔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가지게 된다.

 

나는 내 하늘 아버지에 대한 은혜와 사랑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내 마음은 내 아버지에 대한 숙연한 감사함으로 내가 그분의 사랑 안에서 다시 안정을 찾고 있음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