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하나님 냄새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6. 12. 26. 09:01

나에게 있어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당신이 즐겨 쓰시던 물건들을 고스란히 남겨둔채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지신

내 아버지의 나에 대한 사랑의 믿음이 거름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내 아버지 냄새는 나에게 편안함과 따뜻함과 믿음을 주었다.

사십년 전,

아버지 혼자 서울로 올라가시고 나서

내 어머니와 우리 삼남매가 아버지를 따라

아버지 하숙방으로 모여들었을 적 그 겨울날 밤 그 기분 좋은 그날 밤

우리 아버지께서 집에 들어오셨을적 아버지에게서 어떤 냄새가 났었는데

처음엔 그 냄새가 아버지 검정 코트에서 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버지 머리에 바르신 포마드 기름 냄새였었다.

평소, 늘 깔끔하셨던 아버지에게선 늘 그 냄새가 났었다.

어쩌다가 늦게 들어오시는 바람에 아버지를 기다리다 먼저 잠이 들었다가도

서늘한 차가운 겨울 바람기운과 함께 아버지의 엷은 포마드 냄새에 잠이 깨였다.

아버지께서는 회식이나 모임이 있어 밖에서 저녁을 드시는 날이면 늘  

당신 가족에게 먹일 제과점 빵이나 과일을 사들고 오셨다.

밤 늦게 먹이면 아침 못 먹는다고 만류 하시는 어머니와 그 밤에 조금이라도 먹여 재우시려는 아버지의 실랑이를 듣는 것은 참 기분 좋은 것이었다.

늘 우리 아버지가 이겨서 우리는 그 당시로는 귀한 제과점 소보로 빵이나 하얀 팥앙금 빵 한 개와 물을 먹고 다시 잠이 들곤 했다.

그래서 내 아버지 냄새는 그 당시,

엷은 포마드 기름 냄새와 겨울 차가운 바람 냄새 그리고 제과점 빵집 하얀 봉지 냄새 그 냄새가 어우러진 냄새가 내 아버지의 냄새로 나에게 각인 되었다.    

 

내 생명의 뿌리가 되어 주셨던 내 육신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 믿음이

내 생명의 수여자가 되어 주신 내 생명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자연스럽게 바탕이 되었는데

사람의 한계를 알아버린 나에게,

하나님은 내 육신의 어버지의 작은 산 너머의 무한한 하늘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난 내 하늘 아버지의 냄새를 안다.

돌아가신 사람의 한계 속의 내 아버지의 냄새는,

인간적인 후각의 냄새로 시작한 주변의 기억들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내 하늘 아버지의 냄새는,

마음으로 또는 양심의 후각으로 맡을 수 있는 영적인 노정에서의 주변 기억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난 내 하늘 아버지의 냄새를 안다.

아버지의 냄새는 자유를 품은 부드러운 바람결같은 포근한 햇살 냄새이다. 

어버지의 냄새 안에는 아프지 않은 깨달음이 있으며 자연을 보는 것과 같은 수긍이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를 맡고나면 어린아이의 해맑은 웃음 속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어 좋았다.

 

긴장됨이 없었으며

억지로 나의 마음을 다잡아야 함이 없었으며

인정 뒤의 지저분한 뒷감정이 없었으며

나와 화해해야 할 찌꺼기가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난 내 하늘 아버지의 냄새가 늘 그리웠고

그 냄새 아래 있기를 원해왔다.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난 하늘 내 아버지 곁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