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4

우리 아파트 앞 나무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6. 10. 13. 11:09

어젯밤 무거운 그리움을 품은 듯한 안개가 온 하늘 온 땅을 덮고 있었다. 

별도 하나 보이지 않은 밤.

반달만 그 흐린 하늘 한 가운데 떠 있었다.

운치있는 밤하늘이기도 했고, 무거움이 내려 앉아 슬픈 밤하늘이기도 했다.

 

그 밤에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나무들은 그 무거운 안개를 받아들여

어제와 다른 성숙한 모습으로 가을색을 만들고 있는 듯 했다

 

우리 아파트 마당, 우리 막내 아침 산책할 시간

우리 막내 발 옆으로 바람에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들이 보기 좋았다.

눈을 들어 그 잎 떨어진 나무들을 보니

어제보다 가을을 더 많이 담고 있었다.

 

어제처럼 그 무거운 밤을 온몸으로 묵묵히 견뎌내며

그렇게 그렇게 자연의 속에 동화되어가고 있는 나무들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난 그 친구들을 닮고 싶다.

자연의 바람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바람결의 냄새를 자기 몸에 배이게 해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의 색깔을 그대로 투영해

자기이면서도 자연의 모습을 담아 자연과 하나되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