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3

[스크랩] 어느 우울한 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6. 9. 12. 21:17

"평소 맑은 시냇물가도 나무 막대기로 휘저어놓으면 주변이 되어주던 흙이

 맑은 물에 풀어져 먹지 못하는 흙탕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흙탕물도 예전처럼 물과 흙으로 분리되어 평소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흙탕물과 썩은 물과는 다른 것이니 스스로 너무 힘들게 하지 말자."

 

좀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요즈음 제가 저를 위로하는 생각입니다.
스스로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해보면서

그런 종류는 아니고 제 마음이 조금 아프고 있다는 정직한 판단이 되어서

의도적으로 저 스스로 괴롭히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늦은 밤이 되어서 돌아온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 딸애까지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이 말에 의하면 견디기 힘든 하루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친구와 실컷 싸우고 둘 다 울고

돌아오는 길엔 그 아이가 안스러워서 또 울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딸애는 평소 마음을 트고 있는 친구와 학원 못 미처 있는 장소에서 약속을 하였고

우산을 가져가지 않은 상태여서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미련스럽게 맞으며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약속을 했던 그 친구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먼저 만나서 돌려 받을 책을 받아서

우리 딸애와 약속한 장소로 오려했던 모양이었습니다.
딸애 친구의 친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나 딸애 친구는 끝까지 비 맞으면서 기다리느라

우리 딸애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것입니다.
둘 다 비를 쫄딱 맞고 둘 다 마음이 상해가지고 학원 시간 늦게 들어오다 학원 문 앞에서 마주한 것이었습니다. 
학원 시간이 늦은 것이 서로에게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했기에

서로의 사정에 생각해줄 여유없이 자신의 감정들에 너무 솔직하게 되었나 봅니다.
둘 다 교무실에 불려가서 매까지 맞고 ...
딸애 말이 차라리 그 까지 였다면 좋았겠다고 하였습니다.
학원에 돌아와 딸애 친구가 알아보니 자신과 약속을 했던 남자 친구는 시간이 늦어져서

약속한 장소에 아예 가지도 않고 학원 수업을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딸애 친구가 사정이야기를 하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자신의 감정을 다 풀고 깨끗한 마음으로 친구의 심정으로 돌아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져서 이번엔 둘이서 또 울었다고 합니다.

 

자기들 나이에서는 심각하여 울분을 토하며 이야기하였지만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지 같지 않은 티끌에도 마음 흔들리던 엄마가 나이 사십의 중반, 이제까지 살아왔던 날들을 돌이켜보면

남들은 호강이라며 일축해버리겠지만
그래도 이 엄마에겐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제 딸애도 인생을 시작하려나 봅니다.
섬세한 감성과 강한 자존심을 가진 엄마의 바탕을 그대로 가진 딸애가

살면서 마음을 다칠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런 마음 쓰림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딸애는 저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엄마는 맨몸으로 맨마음으로 세상을 부딪치면서 우리 인생의 위로가 되시는 하나님을 찾아왔다면

제 아이들은 제가 그리도 부러워하던 신앙의 터전 위에서

부모의 기도와 조언을 받으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출처 : i 여호와의증인 정보까페
글쓴이 : 언제나그자리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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