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3. 12. 11. 20:15

평소 아껴주시던 어른께서 수술을 받으신지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차였다.

수술은 말리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머리엔 여러 여러 생각이 가득한 상태에서

나는 병원 복도를 걷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이때까지 살아온 내 삶의 흔적 그대로를 내려놓고

현실이란 시공의 커튼 뒤로

그대로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실제 공연 중인데 리허설 중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 때늦은 각성에 의한 두려움이었다.  

 

실제 공연으로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몽유병 환자같은 걸음 ..  그 걸음걸이로 .. 

믿음의 길도 그렇게 걸어오지 않았나 돌아보는 요즈음

내 머리는 참 복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