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기억하고 있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형님께 드립니다.
포항 가까이 갈 일이 있으면
부러 구룡포까지 갔었더랬습니다.
그때마다 그곳의 해녀 전복죽집을 들렀답니다.
형님댁으로 들어가기 위해 우회전해야 하는 그 골목길 앞에서는 늘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혹시나 구룡포에 내려와 계시지는 않을까? 늘 떠올려보았지만
설사 그곳에 내려와 계신다 하더라도 찿아뵈올 용기는 사실 매 때마다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관련된 성서에 근거한
구원의 영역에 대한 지식과 이해에 간격의 폭을 좁히지 않고서는
저에 대한 형님의 오해를 도저히 빗겨나갈 수 없다고
매번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산 전복이라면 어쩌면 부산에서 더 구하기가 쉬울 터이고
전복죽을 끓일 줄 모르는 이는 더더욱 아니기에
그곳을 부러 돌아서라도 그곳을 들렀던 것은
단순히 그집 전복죽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었습니다.
어제 형님께서 보내신 메일을 받고
여전히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는
인연이란 또는 그리움이라는, 또 다른 표현으로 사랑에 신뢰라는 그리 작지 않은 영토가
심하게 몸살을 앓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가난하지만 특히나 믿음에 형제 자매들에 관련된 부분에서 더더욱 가난한 자인지라
처음 형님 내외분을 만나뵙고 돌아서면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반가웁고 감사함으로 눈물이 솟구쳐
차 뒤에 몸을 감추고 손등을 훔치던 그때 그마음은
그때 그대로 조금도 황폐되지 않은 채 멈춰진 그대로 지금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지 세월의 고운 흙먼지만 내려앉아 있을 뿐 ..
형님의 자리는 그때나 저때나 지금이나 제게 늘 동일합니다.
만일 다르게 느끼신 적이 있으셨다면,
그것은 제 생명에 근원적 뿌리이자 의미와 가치가 담겨있는 유일한
제 믿음에서 비롯된 믿음에 관련한 단순 명료한 저의 행동방식과 의지의 방향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믿기 어려우실련지는 몰라도 그때 역시 저는 언제나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형님의 시야에 제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형님의 눈에 비춰진 저의 모습은,
낯선 바람의 옷을 입고 전혀 다른 얼굴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해난감한 변절자의 모습을 한 바람의 형태였습니다.
제 믿음에 근거하여 간곡히 드리던 저의 말은, 바로 그 바람에 소리가 되어
허공에 산산히 부서져버리고 말았고
그 허공에 퍼지는 힘으로, 꼭 그 힘이 미치는 만큼의 거리로
저는 형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 항상 옳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한 발 뒤로 물러서
우리에게 보이고 들리는 것에 대한 객관적이며 전체적인 것을 보려한다면,
그간 저에 대한 형님의 오해는 언젠가 반드시 풀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오해는,
제가 현 가지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펼쳐진
새하늘과 새땅, 새창조 개념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세계가
형님께도 열리게 되는 날,
지난밤 가볍게 쌓인 눈, 해가 떠오르면서 금방 녹듯
그리 녹아버리고 말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형님께는 이봉근 형제라는 사람이 그가 하는 말보다 더 먼저 들어왔고
제게는 이봉근 형제라는 사람보다 그가 하는 말이 더 먼저 들어왔다는 그 차이가
오늘에 형님과 저 사이에 격을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여전히 그보다 그가 하는 말에 관심이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그런 저의 마음을 아시기에
그의 성서 이해에서 골라 도움이 될 것만 먹고 체하지도 토하지도 않고
수 년전 그 영적 상태보다는 보다 클 수 있게 축복해 주셨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사람인데 어찌 온전하기만 하겠으며 그의 이해도 어찌 완전할 수 있겠는지요.
하지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감히 추리해보자면,
형님보다 제가 더 영적으로 가난하고 허기가 져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살아오는 내내 믿음에 길에서는 늘 혼자였으니까요.
저는 지금도 역시나 허기가 집니다.
레위기에 기록된 제사제도가
하나님과 우리 인간 사이에 가로놓인 죄를
대속으로 소멸시키어
거룩하신 하나님의 은혜 아래 살게 하시는 구원 전과정의 전형인
하나님의 인류를 향한 구체적이고 뜨거운 사랑의 약속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약속은 단순히 몇 자 문자의 구성으로 한 두 문장을 이루는 것이 아닌
어떤 사랑의 영역이요, 빛처럼 끝없이 확장되는 살아있는 생명의 탄생의 비밀에 속한 세계일테니까요.
그 세계는 하나님의 사랑의 확증이자 증거 ..
저는 그 세계를 모두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창조주 하나님의 깊은 사랑으로
진실로 제 생명에 소중함과 위대함과 존귀함을
그분의 신실하신 손의 지문으로 온 몸에 새기고 싶습니다.
이 일이 제가 이땅에 살아있을 때 이루어져
그사실로, 제가 제 생명에 더이상 흔들리지 않는 자부심 위에
우리 창조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축복의 꽃들을 피워내고 싶습니다.
저의 이 욕심이 과하여
우리 형님께 이해난감한 변절자로 보여지게 하는 걸림돌을 만들었을까? ...
그리 고민해 보게 됩니다.
저의 이 욕심이 하나님 앞에 악한 것이 아니었다면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 오해로 곡해로 틀어진 적어도 형님 내외분과 저와의 관계가
회복되도록 도와주시길 간청드리고 싶습니다.
동기가 만물의 주재이신 하나님께 선한 것이었다면, 모두 용서되고 이해되기를 이시간 빌고 싶습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내내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