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으신 우리 아버지 ...
그 옛날 제 기도를 들어주셨나 봅니다.
당신께서는 당신의 규모를 제가 인식할 수 있는 최대한 제대로 펼쳐보여 주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제 말을 들으면 '뭔가 아주 대단한 그 무엇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할련지는 몰라도
완전 반대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최소이자 가장 기초적인 진실된 당신의 말씀에 관한 것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진실, 그 진실 앞에서 저는 무한히 기뻐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당신께 속한 이땅에 진실은 항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는 것은 늘 그렇듯 어떤 커다란 질서안에서 끊임없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도리어 그 큰 틀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움직이는 회전목마를 탄 것과도 같이 늘 우리 인생들에게 웃고 울리게 하는 변화무쌍한 것들 중에
변치 않는 영원한 것은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고 없어도 없는 것이 아닌 그런 것 .. 허공을 향해 뿜어대는 무수한 비누방울들 ..
작은 것들이 모여 커다란 비누방울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났을 때의 기쁨, 그 기쁨은 또 금방 잊혀지고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비누방울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갈증이 나 바닷물을 퍼마시면 갈증은 더더욱 심해지는 악순환같은 것.
좋으신 아버지..
당신께서는 저에게 제 몸에 오물을 직접 묻히지 않으면서도 그 오물의 역한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가난으로 그 가난이 저의 정신을 좀먹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내 사람들로 하여 그들의 가난이 저의 허기로 와닿게 해 주셨습니다.
제 생명보다 소중한 아이를 제가 자다가도 펄떡 일어나 앉을 정도로 낮추시어
제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력하고 침체된 그늘진 영역에 거하는 그 어떤 이들이라도
나이를 초월한 어미의 마음으로 안스럽게 쳐다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거의 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 감옥같은 그늘진 영역에 가두어져 있었던 천사같은 아이의 마음을 열어보고
그 기적같은 일 앞에 저는 당신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 아이를 지켜주고 계셨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당신께 두는 믿음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 아이를 보호하고 계셨던 당신의 손이 이제는
그 아이를 가두고 있던 그 음습하고 어두운 지하 감옥의 문을 활짝 열어재치셨다고 말이죠.
그 아이는 이제 그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 옛날 그속에 갇히기 전의 모습으로
잠시 숨바꼭질하다가 지하실에 갇혀버렸다가 풀려난 아이마냥
해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우탕탕거리며 나무계단을 올라올 것입니다.
저는 생각해 봅니다.
우리로 울고 웃게 만들던 그것들, 이루면 금방 적응되어 곧 아무 것도 아니게 되던 그것들,
그리고 새로운 도전 앞에 또다시 끝없이 몰려오는 그런 파도들 ..
그것들의 본질을 말입니다.
모두 무지개와도 같은 관념들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우리 인생에 속임수와도 같은 그런 관념들은 진정한 평안과 쉼을 가져오지 않으니
저는 당신과 분리된 영역에서 나오는 죄의 에너지의 소산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무에 박힌 옹이처럼 제가 살아온 날들에 뭉쳐져 있던 무수한 불편한 기억들을
이제 내려놓습니다.
사람들이 저의 모습을 드러내 주는 거울이 되어
저의 모습을 보고 있는 지금,
저는 저를 풀어 옹이처럼 여전히 자신에게로 몰입되게 하는 그 기억들을
당신의 거룩하신 영으로 태워주시어 자유롭게 되기를 원합니다.
선한 곳에도 당신이 계시고 악한 곳에 또한 당신께서는 계시어
그 악한 곳이 악한 곳으로 드러나게 하시어
그것이 보이는 자에게 그곳을 떠나게 하는 마음을 주시는 당신이셨습니다.
정의가 있는 곳에서와 같이 불의가 넘실되는 곳에서도
태어날 때 우리 심장에 새겨주신 양심의 힘에 불의를 당하거나 보는 것으로도
우리를 힘들게 하시어 정의를 사랑하게 하신 당신이셨습니다.
우연한 사고나 질병으로 불행하게 죽어가는 사람들로 이땅에 많은 사람들로
생명의 가치나 소중함을 알게 하셨으나
죽음은 본디 생명의 근원이신 당신을 스스로 떠남으로서 발생한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마치 포도가지가 원 포도나무에서 스스로 떨어져나감으로 발생한 당연한 결과처럼 말이죠 .
그러나 감사하게도 아담의 원죄로 비롯된 죽음에서 해방되도록 우리 주님께서 이땅에 오셨더랬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그 죽음의 권세에서 우리를 영원히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육의 생명에서 영의 생명으로 옮겨진 이들에게는 더이상 죽음이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죽어도 죽음의 잠을 자지 않고 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