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무더운 날의 흉흉한 꿈 ...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1. 6. 30. 21:24

능소화 ..

요즘 우리 동네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꽃 ..

 

담벼락 너머까지 덩굴로 타고 넘어

그 소박하지만 그 화사한 색으로 아침마다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푸른 덩굴 잎사귀 속에서 활짝 웃는 능소화를 볼 때마다

그 꽃에 얽힌 전설이 떠올라 더 애잔하게 느껴지는 꽃 .. 능소화 ..

 

구중궁궐 그 높은 담에 한이 맺혔는지

덩굴손에 마음을 싣고서 자신도 채 인식하지 못하는 중에 

오늘 아침에도 담벼락을 타고 넘고 있었다..

 

능소화의 질긴 생명력은 그 꽃에 전설을 머금은 뿌리에 있는 것인지

건강한 생명력 덩굴손을 의지해 담장 밖으로까지 귀를 열고 있는 그 꽃인지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

 

이맘 때면 화사하게 제 얼굴을 내미는 고운 꽃을 떠올리다

무더운 밤 어울리지 않게 아주 스산한 꿈을 꾸었다.

 

너무도 가슴 아프고 무서운 꿈이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이였는데 그 꿈에서는 내가 사랑하던 이였다.

나를 너무도 괴롭게 하여 손을 내쳤는데 내 손이 날카로운 단도가 되어

그의 심장에 쑤욱하고 내 손이 킬이 되어 들어가는 거였다.

그런데 표가 없었다. 내 손이 칼이 되어 그의 심장 바로 아래 갈빗대로 쑤욱 들어가는 느낌을

내 손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내 손에 피가 가득한데 보이는 상처가 없었다.

순간 혼란스러워 기절을 하고 말았는데 기절하고 다시 깨어나 보니

그의 하얀 티셔츠가 온통 핏빛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픈 기색이 전혀 없이 나를 여전히 아껴주고 있었다.

그가 내가 낸 상처에 죽으면 어쩌나 싶어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

 

그 화사한 꽃의 아픈 전설이 흉흉한 꿈을 이끌어 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