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기억 속에 떠 있는 집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1. 6. 13. 16:53
기억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집이 있다 ..
비스듬한 언덕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대문이 나왔던 친구집이다.
그집을 생각하면
늘 어슴프레한 초저녁 하늘에 떠 있던
노란빛 선명한 달과 빛나던 별들이 생각난다.
몇 학년 때인지도 기억에 없고
그 아이 이름은 커녕 그 아이 얼굴도 아예 기억이 없다.
그 아이는 시골에서 전학을 왔었고,
그 아이 어머니는 내 어머니보다 연세가 제법 많아 할머니같이 보였으며.
그 아이 집에는 할머니같이 보이던 그 아이 어머니와
진짜 할머니 같았던 하얀 머리에 옥색 비녀를 정갈하게 꽂고 계셨던 할머니가 계셨다는 것과,
일 자로 늘어선 방들은 아주 큰 언니 오빠들의 방으로 그방엔 책들이 헌책방처럼 많았다는 것이
얼굴 없는 소녀에 대한 기억의 전부다..
그런데 주인공인 친구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달이 떠 있고 별들이 떠 있던 어슴프레한 하늘 아래 그 아늑하던 집은 홀로 남아
동화책 속에나 있을 법한 집으로 내 기억 한 쪽에 늘 그렇게 떠 있다.
그 집은 꼭 밤에만
달과 함께 별과 함께 갑자기 내 머리 속에 떠올라
밤마다 백열등 붉은 빛을 켜고 있다가는
동이 트는 아침이면 푸른 빛을 머금은 이슬을 몰고 사라지고 만다.
그 집이 내 기억의 하늘에 떠오르는 날,
창호지 곱게 발려진 방마다 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그때의 달님 별님도 따라와 내 마음의 하늘을 밝히기 시작할 때..
나는 다시 어린 계집아이의 몸을 입고
허공을 동네 골목길처럼 누비고 다닌다.
어린왕자도 만나고 여우도 만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