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들 /담아온 글 ...
숲 속에 서서 / 정희성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1. 5. 7. 01:26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나는 숲을 찿는다
숲에 가서
나무와 풀잎의 말을 듣는다
무언가 수런대는 그들의 목소리를
알 수 없어도
나는 그들의 은유를 이해할 것 같다
이슬 속에 뜨는 해와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신선한 의인법을 나는 알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이기에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울면서 두려워하면서 한없이
한없이 여기 서 있다
우리들의 운명을 이끄는
뜨겁고 눈물겨운 은유를 찿아
여기 숲 속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