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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에 그 딸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1. 4. 16. 21:02

아버지 ..

 

기억나세요?

제가 대학에 막 들어가고 얼마 안 있어

첫미팅에서 만난 남자애한테 전화 왔을 때

퉁명스럽게 전화 받으시면서

그 아이에게 말씀 하셨던 거 ..   말이예요.

 

"자넨 뉘기야~ " 라며 함경도 특유의 억양으로 퉁명스럽게 물으셨을 때

바짝 쫄은 그애 우리 학교 애도 아니면서

같은 학교 같은 과 친구라 둘러댔었댔지요.

 

"어찌 전화했는가 ~ "라 급소를 찌르는 아버지의 질문에

더 바짝 쫄은 그애 허둥댈 때

학교친구라면 내일 학교에서 만날텐데 집에는 무슨 일로 전화냐며

아주 달갑지 않게 전화받으셨던 당신이셨지요.

 

그날 저녁에 당신께서는,

네 신랑감은 내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전국을 돌아서 제일 예쁜 애로 데려올테니

넌 아무 염려 놓고 공부 열심히 하고 책만 많이 읽어두라 하셨지요.

 

 

ㅎㅎ

세월이 많이 흘러

제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어요.

학교 같은 과 친구라 했어요.

공부할 것이 아주 많은 아인데 혹시나 싶어

저 아이가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싶어 솔직히 달갑지 않은 마음이었어요.

아주 조심스럽게 인사하며 전화를 끊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 세대 전에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도

혹시나 전화하는 그녀석이 

제 옷에 손때라도 묻힐까봐 그러셨어요?

 

근데 처음 전화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토록 무뚝뚝하게 " 뉘기야 ~ " 어찌 전화 했는가?"

"학교 친구라면 학교에서 보면 될 터인데 집에는 어찌 전화했는가?'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다 내보이실 수 있으셨나요.

 

그래도 저는 아주 부드럽게 답해 주었는데..

 

그 아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 직접 통화가 가능할 것이겠지만,

저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서도 말입니다. ^^

 

오늘 아버지의 그 마음이 되어 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 아버지가 많이 그리운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