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인조의 조직양심
생명없는 추상적 실체들인 조직, 국가, 회사 사이에도
그 실체를 이루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그 관계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사람의 양심이나 예의 체면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규모와 역량이 커질수록
그안에서 인간적 온기가 담겨있는 그것들은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조직이나 국가는 자기집단의 이득이란 센서에만 반응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거대 공룡이다.
그 공룡의 등에 올라타고 있는 우리들 또한 어느새
공룡의 특유의 거칠고 금 간 양심과 힘의 논리에 철저히 반응하는 양심을 지닌
새끼공룡들이 되고 말았다.
얼마전 지진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피해를 겪은 이웃나라의 불행 앞에서
함께 아파하며 '힘내라! 일본'이란 구호아래 국민성금을 걷는 방송을 접하면서
가까운 이웃나라의 정겨운 모습으로 와닿았다.
당시 반일본 정서를 가지신 몇몇 분들의 과거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마라며 올린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천인공노할 잔인한 흔적들을 보면서
그래도 이 상황에선 어울리지 않는 일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국민들의 위생적차원의 안위를 위해 구호품보다는 구호자금으로 달라는 그 소리가 거슬려
고개를 들어보니 그 소리는
낯선 거대한 공룡 한 마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부잣집 작은 방에 불이 난 것을 가지고
넉넉치 못한 가난한 이웃들이 자신들의 어려움은 뒤로하고
부잣집에선 먹지도 않는 자기 양식을 들고 불 난 집을 도우려 가는
가난한 우리집 꼴 같아 스스로 수치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기준치의 1억 3천배가 넘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면서도
가장 가까이에 어쩌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사전통보도 없이
이땅에 가장 거대한 공룡인 미국과 먼저 논의를 마친 사실을 접하고나서
나는 이땅을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공룡들의 물밑 작업에 놀라고 있을 즈음에,
부글부글 게오르는 느낌이 있어 고개를 숙여보니
나 역시 힘없는 작은 공룡의 등을 타고 있는 새끼 공룡의 모습이 아닌가..
오랜 세월동안 하나님께서 넣어주신 양심에
점차 덧입혀진 이땅에 차가운 이기적 집단 양심..
함께 할 수 없는 두 양심 사이에서 곤고해고 피폐해진 내 영혼은,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초라한 모습으로 나의 주님 계신 하늘을 마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