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의 잔에서 새어나오는 빛으로 ..
저 비록 죄인 중에 죄인이요 죄인 중에 표본이지만
당신의 자녀는 분명한가 봅니다.
제 머리 위에 놓인 당신 진노의 잔에서 새어나오는 빛으로 하여
지난 세월, 그때의 무성한 어지러운 발자국으로 가히 짐작할 수 있는
혼동 중에 발길 가는데로 걸음을 옮겨버렸던 일들에 대한
당신의 뜻에 속한 답을
혼란 중에 내딛었던 선택의 종국을 보게 됨으로서,
비로소 감히 추리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빛을 빛으로 드러내는 어둠의 순기능으로 인해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시공의 영역이 아닌 또다른 영역의 세계에서의 저의 아바타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되고 있을 것입니다.
다시 세워지고 있는 저는
그 과정에서 당신의 공의와 사랑을 더욱 분명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퍼하고 아파하는 중에
마음 한 편에서는 무척 안심하고 기뻐합니다.
왜냐하면 죄 중에 살면서도 당신을 바라고 살아왔던 저의 세월이
헛되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저의 어둠을 비추시는 당신의 징계는
사실 당신의 입양받은 자녀에게 합당한 옷을 입히시기 전
때를 밀고 물과 비누로 씻겨주시는 과정이요..
어쩌면 당신의 저를 향한 사랑이 보다 더 가까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당신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두지 말라 하셨던가요..
제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니
아버지의 그 말씀이 얼마나 저희를 위한 것이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숲 속에 나무들을 생각합니다.
흙과 햇빛과 비와 공기라는 당신의 은혜에 감사하며
중력을 거슬러 오직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나무들 ..
그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뤄
다양한 생명들의 터전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 터전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삶이 이어지게도 하며
더위나 추위나 폭풍우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힘과 보호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나무들이 나무답게 자랄 수 있는 것은 어떤 누구의 노력이 아니라
오로지 우리들의 창조주이신 당신의 능력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당신의 공의아래 있는 것이었습니다.
크게 자라오르는 나무, 크게 자라지 않고 둥치도 크지 않지만 철마다 꽃을 피워내는 꽃나무도 있었습니다.
태어난 자신의 뿌리에서 건강하게 자라나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향하여 자라나는 숲의 생명이면 족한 것있습니다.
나무는 서로 마주보며 자기를 세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었습니다.
당신 진노의 잔에서 새어나오는 빛은
보이지 않는 우상으로 존재해 왔던 저의 우상숭배의 실체를 드러내었습니다.
저희들의 죗된 욕심의 그릇에는 그 어떤 온전한 것이 담기더라도
하루를 넘긴 만나처럼 되어 냄새나고 벌레들이 득실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당신께서는 당신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두지 말라고 하셨나 봅니다.
사실 저는 눈에 보이는 제 육에 속한 인연으로 매인 이들이
당신 보시기에 우상으로 판단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책임이요 열심히 거둬야 한다는 생각의 공존으로 곧 희석되고 희석되어왔더랬습니다.
당신께서 진노의 잔을 제 머리에 더 가까이 비춰주시어
사랑이란 이름의 것들이 어두운 제 욕심의 흔적이었음이 모두 드러나길 원합니다.
하여 그 사실을 희석시키고 희석시키던 인간적 생각들이 제 죄가 만들어낸 어두운 연기에 의한 것으로
밝게 드러나 다시는 그 어두움이 저의 영적 눈을 가리지 못하게 해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바라옵기는, 그 어떠한 것도 피하지 않을 것이오니, 이 기간을 부디 줄여달라는 것입니다.
행여나 삶의 의욕을 아예 내려놓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