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각도에서 ..
한번씩 ' 하늘 우리 아버지께서는 지금 나의 이 모습을 어떻게 보실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버지께서는 지극히 영광스러운 분이시기에 ..'라는 생각이
어찌 된 일인지 저에게는 오히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자유분망하고 버릇 없어 보일 수 있는
믿음생활을 계속 하게 된 원인이 되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아실 것입니다.
이 한 문장의 글에 녹아있는 어린 눈물과 고뇌와 방황과 외로움과 서러움을 말입니다..
좀 더 정직하게는
정말 용서받을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죄스러운 사마귀같은 상처인
'피조물의 입장으로 느꼈던 수치심'을 당신께 가졌던 것까지 말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바대로
저의 믿음의 모습엔 고고한 품격이 없지요..
아버지의 영광과 어울리는 절도있는 말과 행동과 믿음의 소산의 흔적 말씀입니다.
단지 성 안 야산과 뜰에서 들짐승처럼 뛰어노는 평범한 계집아이의 모습일테지요..
땀과 먼지 범벅이 되어 얼굴과 팔이 얼룩지고 옷은 물론 신발까지 흙먼지 가득할테지요..
하지만 위선과 거짓으로 흉내내는 일은 선천적으로 오래 할 수 없는 저였지요..
아버지께 기도드린 대로 살 수가 없었어요..
용서해달라고 기도하고 나서 용서를 구한 일을 또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사랑하고 이해만 하고 살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기도 때마다 사랑하고 이해하게 해 달라고 기도드리는 것이
진정 제가 바라는 바였기에 마치 레코드 돌리는 것처럼 그리 기도가 저절로 되었어요..
진정 바라기는 했지만 저는 제가 드린 기도를 매번 소화시켜내지 못하고
번번히 체하고 때로는 구토도 일으켰지요..
그릇이 작은 저는 소화시켜 내지도 못할 것이지만 조금만 미안해 하기만 해도
번번히 그냥 삼키다가 더 모질게 체하기도 하였지요..
저는 서서히 기도가 지겨워지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일방적인 혼자의 습관같은 것이 되어버린 것을 스스로 부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어떤 때는, 실제하신 아버지께서 제 틀에 박힌 생명력없는 기도를 진짜 듣고 계시면
정말 불쾌하실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기도를 계속 이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당신 계신 하늘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 또는 이런 저런 바램들을 펼쳐 보여드렸던 거였어요..
죄스런 바램들도 겁없이 펼쳐놓았지요..
제 한계는 사람들에게는 부끄러웠지만 아버지께는 부끄럽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은 그런 저를 비웃겠지만, 아버지께서는 벌을 주셔도 비웃지는 않으시는 분이시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저희 죄인들을 위해 당신의 아드님까지 내어주실 수 있느신 분이셨으니까요..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은 당신을 기억한다는 제 마음의 표현이었지요..
당신께서 아주 싫어하는 일을 하고 나서도, 당신께서 아주 미워하는 말을 하고 나서도
슬픈듯 부끄러운듯 하늘을 바라보았지요..
아버지께서는 공의롭고 정의로우신 분이시라는 것을 서서히 알아감에 따라
제가 당신께 구하는 현실적 기도는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게 되었고
그저 하늘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의 간절한 바램의 기도가 아버지의 뜻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게 되었을 때의
허무감이 너무도 두려웠습니다..
당신의 존재하심을 도저히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저의 유일한 선택은
아버지께서는 공의로우시고 거룩하신 분이시기에
아버지의 공의 아래 저의 바램을 내려놓아 아버지를 이땅에 마술사처럼 불러내려와서는
안 된다.. 는 나름의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아버지 곁에 머물 수 있는 포석을 깔았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제 나이 오십이 가까워오니
저는 나름 제가 선택했던 믿음의 방식이 그리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친정식구들과 함께 한 세월 속에서
드러나는 현실이 내었던 기억의 강과는 또 별개의
잠잠히 흐르는 신뢰와 사랑의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게 되었듯,
당신과의 관계 또한 현실로 드러나는 어떤 기억과는 또 별개의
잠잠히 흐르는 무거운 신뢰와 뜨거운 사랑의 물줄기 또한 커다란 강물이 되어 흐르는 것을
저는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현실적 기도의 응답의 여부는
어쩌면 당신과 함께하는 세월동안
당신을 향한 신뢰의 공간을 채우는 데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그 공간은 당신의 저를 향한 사랑의 에너지와 저의 당신께 향하는 마음에서 내는 에너지가
씨실과 날실처럼 천을 이루어 그 상황마다의 특별한 기억들이 수를 넣어
하나 하나 쌓여가면서 어떤 공간.. 아니 어떤 세계..를 이루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 아버지 !!
이제는 더이상 죽은 언어로 당신께 기도드리지 않고
예수의 영 안에서 태어난 영과
이제는 더이상 늘 변하는 사람의 것에 속한 것이 아닌, 영원한 진리인 당신의 뜻인 예수께 속한 진리로
영광스러우시고 은혜로우신 당신께
저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정결한 살아있는 예배를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