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유 (外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0. 6. 14. 20:09

당신의 '서로 사랑하라'라는 명령을 따를 수 없어 괴로운 날보다

당신의 존재가 가물가물해 자꾸 눈을 부비며 수시로 고개를 흔드는 날이 더 괴로운 날이었습니다..

 

.......

 

열심히 뛰어가다 제대로 넘어져 무릎이 제법 까인 아이를 안고 와 

약을 발라주고 다독거려 자장가를 불러주었습니다..

자장가를 불러 품에서 재우고 나니 속이 허해지는 것이 마치 우주에 혼자 선 것처럼 외로워졌습니다..

아버지도 보이지 않고 저만 캄캄한 우주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그저 시계추처럼 교회에 가볍게 다닐 수 없는 거예요?'라고

절망하듯 우는 아이의 말을 들으니

마치 유전병을 내려준 어미가 된 것처럼 마음이 점점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어릴적에 당신 계신 하늘을 바라보며 저도 똑같이 그 말을 하며 눈물 훔쳤더랬었지요..

  

.....

 

제가 다니지 않던 길을 너무도 열심히 잘 달리고 있기에

그곳에도 제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하늘로 난 길이 있는 줄로 여겼더랬습니다.. 

그래서 '잘 한다~' 응원까지 해 주었던 저였습니다.

역시나 제가 본디 알고 있던 바 그대로

그 땅은 하늘 아래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더할 수도 있는

우리 힘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야생의 정글이었습니다..

 

당신의 말씀이 선포되고 있고 당신을 향한 찬송과 기도가 올려지는 곳이기에 그곳 성원들은

당신의 영이 머물고 있는 거룩하고 신성스런 영의 구역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만

저에게는 하늘아래 어느 공간처럼 그곳 또한

악한 영들이 여전히 여러 형태의 바람으로 들락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살아계신 당신의 선물로 여기며

그 선물을 통하여 당신과 직접 만난다고 하는 방언 ..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적 앞에

영적인 세계에서 영적으로 갓난아이와 같은 수많은 이들이 눈먼 자들이 되어

영적인 또하나의 컬트의 세계에 가두어지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

 

 

 

아버지 ..

빛이라고는 처음부터 전혀 존재하지 않은 땅에

빛이신 예수가 처음으로 세워지는 아름다운 기적을 우리가 정녕 볼 수는 없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