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바닥에 대하여 / 정호승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0. 5. 25. 16:04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밤이었을 것이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