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감이 극에 달하는 날에는 ..
공허감이 극에 달하는 날
그 텅빈 세계가 가지는 힘에 철저하게 눌려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편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편쟁이처럼
떨리는 손으로
갑자기 잡혀 가두어진 그 공허의 캄캄한 골방에서
오직 동물적 본능으로만 의지하여 출구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출구가 없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부산히 움직이는 것은 사실 날 속이고 있는 거다.
아니 공허감을 대항할 에너지를 부러 소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차라리 탈진되어 나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할 수 없어 포기하는 시간을 앞당기고 싶은 것이다..
그때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깊은 바다 속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돌고래의 몸짓같기도 하고
내 영혼의 무게를 감당한 채 두꺼운 시멘트벽 높이 걸린 쇠창살 틈새로 새어나갈 수 있는
연기같기도 한, 내 영혼을 울림으로 공명시켜 낼 음악이다..
내 영혼에 공명이 일어 나는 시간 ..
그 공명을 타고 나는 날아올라 자유의 몸을 입는다 ..
오늘은 운좋게 내 영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그 음악을 타고
그 무시무시한 거칠거칠하고 두꺼운 회색 벽을 타고올라 도망칠 수 있었다..
나는 그 무거운 공허감이 무섭다..
그 공허한 세계 속에 갇힐 때에 내 하나님은
마치 공허감이라는 존재가 나를 납치하여 두 손을 묶어 캄캄한 골방에 가두어 놓았을 때
도저히 연락할 길 없어 눈물만 나는 내 아버지의 존재 같다.
아버지와 분리된 것같은 두려움 .. 난 아무리 세월을 먹는다 해도
그 두려움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믿음이 약해서일까 .. 여전히 어려서 일까 ..
아니면 아직 세상에서 절박한 뜨거움을 경험하지 못한 배부름에서 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