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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래도 당신은 저의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 ..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10. 2. 20. 19:53

눈치채셨어요?

'그래도'란 단어를 두 번 사용한 저의 심상을 말이예요..

 

그래요.. 느끼시는 그대로예요.

그렇다고 화 내시지는 마셔야 해요..

 

당신께서는 제게만 늘 침묵해 오셨으니까요 .. 

억울하신 표정 지으시면 아니 되십니다..

당신께서는 유독 제게만 보이지 않는 응답으로만 일관해 오셨잖아요.

그것도 완전한 믿음의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상태의 것으로 말이죠..

 

지칠 때도 당근을 던져주시지 않으시고 침묵으로 지켜보고만 계셨지요..

저는 고감도 육감과 감성을 지닌 탓에 오히려 혼선을 빚기도 하였지만

당신께서 저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지요..

 

제게만 왜.. 유독 제게만 왜 ..

삼줄기처럼 인내심을 요구하는 먼 먼 미래의 믿음을 향하여 

당신을 부인하지 않는 한 걸음은 계속 되도록 하시는 걸까요..  

특별한 바램이 아닌 평범한 평안을 바라는   

제 기도의 응답 마저 왜 

늘 지쳐 포기하고 말 때쯤에서야

제 양심에 비춰 부인하지 못할 정도의 모호한 응답으로 

분명한 것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저에게 또 시험이 되게 하시는 걸까요..

 

저는 요즈음 심한 우울증에 걸렸지요..

의식적으로 호흡을 해야 한다면 분명 의식을 접어 호흡을 멈추고 싶을 정도이지요.

 

오늘은 여전히 그런 기분으로 햇살 좋은 베란다 앞에 앉아 있다가

이율배반적으로 시원한 사과가 먹고 싶어졌어요..

그래 차가운 사과를 가져다 껍질째 베어먹으면서

햇살로 가득찬 허공 너머에 있는 당신 계신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그때 제가 알고 있던 성서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심한 풍랑이 일어 예수님과 제자들이 탄 배가 심하게 흔들리게 되자

제자들이 두려워하며 예수님을 깨우니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다를 꾸짖어 바다를 잠잠케 하셨다는 말씀 말이예요.. 

제 가슴에 가만히 생각이 들어왔지요..

 

'예수께 두는 믿음을 소유한 사람이면 나라는 육체의 배 안에

예수께서 주무시고 계실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다면 배가 뒤집힐 것 같은 비바람이 분다 해도 뭐이 두려워 호들갑인가?'라는 생각이었지요.. 

그 생각이 제 심장에 드리워지자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금새 제 눈동자가 반짝하며 눈이 열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래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이란 문을 모두 활짝 열고 청소를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시간에 아주 제게 필요한 글을 마주했어요..

제 번민을 완전히 해결할 열쇠와 같은 글이었지요..

당신께서 제게 주신 선물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죄송하고 또 죄송하여서 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당신은 진실로 나의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라 고백하였지요 .. *^^*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무한한 상상력을 가졌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마지막 시도로,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까지 변화되었을지! "

 

 

                                                -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힌 어느 성공회 주교가 생전에 남긴 글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