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나는 나무 ..
기도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
누군가
인생을 겨울나기 하는 나무들과 같다고 그랬었지..
그래.. 맞아..
죽을 것같은 날씨 중에 ..
어쩌면
난 이미 죽었을지 몰라..
날이 풀려 얼어붙은 강물이 녹기 시작할 즈음이 되에서야
지난 겨울
유난히 매서운 바람 불던 날 밤에
그밤에
얼어죽었을 거라고
함께 나란히 서 있던 나무들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하게 될 지 몰라..
아니 아니 어쩌면 ..
죽은듯
긴 잠을 자고 있는 것 일지도 몰라..
아주 무서운 꿈을 꾸고 있는 중이라
커다란 검은 불곰 앞에서처럼
죽은듯 눈 감고
숨도 죽인채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두 팔을 하늘로 향하고
마냥 마냥 그렇게
서 있는 중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
어쩌면 어쩌면 ..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랑을 꿈꾸어 보는 것일지도 몰라.
심장이 여전히 뜨거워질 수 있는지 ..
심장이 여전히 두근두근거려질 수 있는지 ..
시리도록 차가운 맑은 눈물이 여전히 가슴에서 샘을 낼 수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