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허락된 이틀간의 여행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9. 11. 27. 09:17

갑작스럽게 기회가 생겼다..

 

"엄마.. 나랑 저기 동해안 쪽으로 여행갈래요?

좋긴하지만 네가 시간을 낼 수 있겠니?

 

누나.. 나 오늘 부산 내려왔는데 엄마랑 여행가기로 했다며?

응.. 그래  

어디로 갈건데?

음 .. 발 가는대로 

 

지영아.. 너 엄마 모시고 여행가기로 했다며 ..

응 ..  차 가지지 않고  일박이일로 

어디든 동해안으로 발 가는대로 갈려고 .. 

야.. 너 그렇게 계획잡는 건 젊은 애들이나 그러는거야..

너 내 말 들어라.

속초에 콘도 잡아 놓을터이니

일단 강릉까지만 와라..

그리고 차표 끊고 전화하고 ..

나도 강릉까지 두시간 반이면 갈 수 있으니

그곳에서 네 언니랑 도착시간 맞추어 기다리마 .."

 

파르스름한 하늘 그 고운 노란 달이 떠있는 시간 ..

낯설기만한 싸늘한 기운이 새롭기만 한 타지 .. 겨울 설악산 아래 조용한 통나무집에서

삼남매와 어머니 그리고 그 집안에 생기는 모든 일 중심에 서 있는 맏며느리가

처음으로 여행이라는 일정 속에서

그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하고 앉았다..

 

"언니.. 내가 이상한가?

왜 있지.. 우리 진우아빠한테는

애들 때처럼 이름이 바로 나와..

올케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쟤는 언제든 그저 어린 동생 느낌 그대로야..

제 가족들이 없을 때면 편하게 그저 누구야.. 란 말이 저절로 나와..

 

그래.. 아가씨도 그렇구나..

도련님은 그래 .. 

도련님 혼자 마주하고 있으면

동서가 막연히 다른 객식구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니까..

 

그렇지.. 내가 이상한 건 아니지..

만년 어린동생의 느낌.. 그 느낌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엄마.. 우리 이런 시간 처음이지요..

우리 이렇게 이런 장소에서 자주 뵙시다..

제가 비용은 다 댈터이니 수시로 이런 기회 만들어요..

그리고 엄마 ..

엄마 아이들 너무 착한 거 아세요?

우리 동생들 .. 너무 좋은 아이들이예요..

 

지영아.. 나 오늘 너무 행복하다..

귀한 시간 내어줘서 정말 고마워.. " 라며

남은 시간 여비에 사용하라며 봉투까지 남기고

그 늦은 시간 서울로 돌아가는 오빠의 뒷모습 ..

 

즐겁게 남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시간..

"그래.. 그랬지..

집안 어른들께서 입을 모아 그러셨지..

내 젖가슴 밑에 있는 까만 점을 보고  

남들에게 존경받는 귀한 자식을 둘거라고 .."

 

내 자식들 특별나게 잘난 자식은 없어도

남에게 불편함을 끼치며 천한 행동을 하고 사는 자식은 하나도 없으니

그걸로 옛 어른들로부터 들으셨던 말씀의 가치가 충분하였다고 여기시는 내 어머니 ..

 

그 어머니의 욕심없고 소박한 그 마음아래

세상적으로는 두각을 전혀 드러낼 일 없이 사는 우리들이라 할지라도

양지바른 땅 쑥처럼 따뜻하고 보드라운 우리 삼남매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감사한 마음이

햇살처럼 머무는 

내 진한 피안의 뜨거움이 가득했던

참으로 행복한 가족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