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영혼의 고백 ..
물빛 /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 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한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나 태어나기 전에
이미 나의 판박이 같았던 한 고독하고 가난한 영혼이
이땅에 살다가 남기고 간 흔적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하여 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과 서간문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자기를 닮은 영혼에 대해서 그토록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일까?
자기연민 때문일까? 아니면 원초적인 고독과 외로움의 본능 때문일까?
그는 일방적인 나의 영원한 연인 ..
바랄 것이 없어 소모할 것도 없는 나의 연인 .. 빈센트 반 고흐.
사람에겐 신도 필요하지만, 자신을 닮은 영혼의 지기도 필요한가 보다..
빈센트 ..그의 영혼의 향기는 나의 모든 바람을 재우는 강력한 힘이 있다..
백 년이 한참 넘는 세월이 지나도 이토록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면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마비로 죽었을 것이기에
서로를 위해서 ?
그 먼 시간의 간격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