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9. 9. 12. 22:00

살면서 막다른 골목들을 만났어.

그리고 곧 닫혀있는 문이 나타났었지..

열리지 않는 문을 여는 열쇠는 다름아닌 손바닥 지문이었어.

열 번 .. 백 번 .. 대보았지만

그 문들은 넌 아니라며 나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 버렸어.

여러 번 만났던 그 경험으로 난 자신감을 잃어갔지.

문들이 날 거부하고 있다고 여겼지.

그래서 또다른 막다른 골목에서 누군가에 의해 열려진 문으로 들어가곤 했어.

그러나 곧 또다른 문들이 버티고 서서 더이상의 내 걸음을 허락하지 않았어.

문들은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 내가 맞닥뜨린 문마다 내 지문을 거부했지. 

해서 난 막다른 골목을 만나면 아예 들어서지 않고 넓은 큰 길 쪽으로 발길을 돌렸어.

내 지문을 거부하는 문들 앞에 섰을 때의 기분은 정말 영 아니었으니까..

세월이 흘렀지.. 많이 ..

어느 때인가 어떤 생각에 넋을 잃고 가다가

그 옛날 막다른 골목길에 나도 모르게 들어가버린 일이 생겼어.

너무도 지쳐있던 터라 발길을 돌리는 것부터가 힘들어

그저 그렇게 손바닥을 대었지.

그런데 왠걸 .. 문이 열리는 거였어.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정말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온 몸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 같았어.

그래서 급하게 그 문에 대었던 내 손을 봤지.

내 손바닥은 나의 정면 .. 즉 정면을 향하는 나의 눈의 높이에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여 댄 것 뿐이었어.

너무도 신기해 열려진 문을 통해 달렸어.

또다시 문은 나타났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누르고 심호흡을 한 다음

조금 전 그대로 꼭 그대로

정면을 향하는 나의 눈의 높이에서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여 가만히 내 손바닥을 대어보았어.

세상에 .. 또 열리는 거였어.. 

사실 난 아직도 잘 몰라..

기적같이 두 번 열렸다고 두 번 열었을 때의 그 내 손의 위치 모양이

만능열쇠의 형태일지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아..   

그건 형태가 아니라 상태의 표현이기 때문이라서 그래..

정직한 나의 자리에서 나의 눈의 위치에서 떨리는 바램을 지닌 겸손한 지문이

어쩌면 내 앞에 나타나는 의문의 문들의 만능열쇠일지 몰라.. 

난 열리지 않은 문은 없다고 생각해..

그것을 열게 할 열쇠가 없을 따름이지..

잠겨있다면 분명 열 수도 있는 것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