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노예로 삼고 있는 내 관념들에 반기를 들고 ..
우리집엔 약이 아주 많다..
너무 많아 ㄱ.. ㅏㅑㅓㅕ ㄴ ..ㅏㅑㅓㅕ 순으로 약을 재여 놓고 있으나
약 포장단위가 들쑥날쑥이라 그 질서대로 진열할 수도 없어서
ㄱ ..칸에 대충 놓고 있다..
그런데 한 번씩 약을 앞에 놓고서도 도저히 찾지 못해 고생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내가 찾고자 하는 이미지를 이미 가지고 그것을 찾기 시작했었으나
그 이미지와 다른 형태의 것으로 되어 있을 때 그렇다..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거나 아니면 형태가 바뀌어 사입되었을 때
십중팔구 나는 걸려 넘어진다..
분명 눈은 진열된 약통들을 스치고 스쳤건만
사실 내 눈은 내가 찾고자 하는 형태의 것만을 찾고 있었을 뿐이어서
눈으로 보고 지났지만 눈에서 바로 흘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오관五官을 통해 감지하는 인식이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 잘못된 인식을 통한 관념이 내게 있어 그것이 내 눈을 가려버리게 되다면
난 바로 그 순간부터 바로 그 관념의 노예로 ..그 관념에 꼭두각시로 ..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두렵게 와닿는다..
그래서 요즈음 난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밖으로 던져놓고
새로 하나씩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부족한 지식에 부족한 분별력이지만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에 생각없이 넣어 둔 것보다야
나을 것이라는 가난한 마음으로 그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 작업의 첫 타자는 '행복'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행복에서 바로 브레이크가 걸리고 말았다..
행복이라는 그 단어에 바이러스가 이미 잔뜩 들어가 있었다..
행복이라는 그 관념이 우리들에게 들어오지 않았다면
우린 훨신 더 진정한 행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그리 쉽지는 않을 것같은 작업은 시작되었다..
행복이란 추상적인 관념이 자리한 뒤로 바로 그 행복의 그림자인 불행이 드리워졌고
우리는 행복해야 된다는 그 관념에 다다르지 못하면 바로 우리는 그의 그림자에 가두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한 조를 이루고 우리를 가두고 있는 거였다.
더더구나 행복에 대한 기대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불행감을 느낄 확률은 아주 높은 높은 비합리적인 정황에서 말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행복은 자기 생활에서 평안한 것 .. 바로 그것이었다..
"너 .. 교만하고 치밀한 관념!!
네 존재를 눈치채버린 나는 더 이상 네 노예가 될 수 없다..
두고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