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바람의 말을 읽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9. 5. 6. 08:07
바람이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헝클고 얼굴을 간지럽혔어..
그리곤 따라오라 말도 없이 앞장을 섰어
내가 따라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인냥 말이지 ..
바람을 따라간다는 것은
같은 바람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
얼음궁전 계단에서 잃어버린 내 유리구두 한 짝을 들고 와
그 유리구두의 주인을 찾으러 다니는
내 왕자님의 신하에게 다가가
내 발을 내밀듯
나는 앞서가는 바람의 끝자락에서 눈을 감았지.
나는 가벼워졌고
나를 옭아 매고 있던 보이지 않던 구속들에서 해방되는 자유가 느껴졌지..
불안한 확신 가운데 조심스레 실눈을 떠보았어
온통 푸른색 하늘 .. 하얀 뭉게구름의 바다가 내 눈앞에 펼쳐졌어..
너와 내가 따로 없는 바람 속에 바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느껴졌어..
바람이 말을 했어..
바람의 말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거라고 ..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한 술 더 떠서 대답을 했어.
그래.. 네 말을 영혼의 가슴에 저장되는 그림 파일로 만들어 두겠노라고 ..
네 언어는
소리의 파장만을 감지하여 인식하는 내 작은 귀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또다른 방식의 언어인지라
바람의 말로 읽어 가슴에 담아 두겠노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