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씻으면서 ..
죽음같은 사망의 골짜기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지난 밤은 겉에 걸쳤던 검은 망토처럼 벗겨지고
아침 햇살 받은 투명한 유리창처럼 아침을 시작하고 있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정말 많이 예뻐하시고 계시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 정말 이럴 수는 없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딸애 아침을 챙기고 후식으로 먹을 딸기를 챙겨주었더니
아이는 딸기쉐이크를 해달라 하였습니다.
이 좋은 딸기를 쉐이크 하기엔 너무 아깝잖니..라 말하면서
며칠 전에 갈아 먹으려고 샀던 작은 딸기가 생각났습니다..
" 아이와 마주치는 시간대가 늦은 밤밖에 없었던 터라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내 살펴보니 예상대로 많이 상해 있었습니다.
물러진 딸기가 나의 요즘 생활태도와 같은 것은 아닌가 싶어
스스로 반성하며 통째 아예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며 살펴보았습니다.
많이 물러진 것 옆에도 아주 생생한 것도 있어
이리저리 골라내면 오늘 아이에게 챙겨보낼 딸기쉐이크로는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먹을만한 딸기를 골라내는 동안 여러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같은 밭에서 함께 자라 같은 환경에 있었으나 상태가 어떻게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 것인지가 놀라웠습니다.
두 가지 생각거리가 연기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사람에게 보여지는 각각 사람의 상태는
지금 눈에 보이는 물러진 딸기와 생생한 딸기처럼 현격한 차이가 있어 ..
하나는 내 생명보다 소중한 딸아이의 입에 넣어줄 음식과
다른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바로 들어갈 더러운 것의 차이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나..
하나님 아버지의 눈에는 더도 들도 아닌 ..곰팡이에 더 빨리 오염되거나 더디 오염되는 딸기 자체로만 ..
어떤 인생에서 닥치는 고난의 수준과 그것을 감당해 낼 개인의 역량들의 차이로
보여지시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제가 본디 같은 환경 속에서도 쉬 물러지는 딸기와 같은 성품을 가진 존재여서
제가 만일 당신의 능력에 의해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면
그 모습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당신의 은혜에 의한 것일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세포 하나하나가 모여서 어떤 사랑의 실체가 된다면
그것은 과거 여리디 여리고 고운 바람결에도 흔들리는 강아지풀 같은 한지영이 아니라
전혀 다른 존재의 실체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음식보다 과일에 더더욱 민감한 저를 닮아
아주 싱싱한 과일 아니면 장탈이 나는 아이이기에
아주 상태가 양호한 편이 아니면 과감하게 버리는 내 손에 의해서도
작은 보울 하나는 채울 양이 나왔습니다..
봄방학을 마치고 오랫만에 기분좋게 등교하는 딸애랑 아주 익숙한 눈인사를 마치고
복천동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당신 계신 하늘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여러층의 구름이 서서히 열리면서 너무도 밝고 힘있는 아침 해가 비치는 것이
꼭 당신께서 저를 만나주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감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마음의 눈을 열어 제 가슴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당신께 올려드렸습니다.
한계가 있고 구속적인 말로 하는 기도로는 역부족인 세계의 것을 모두 열어 보여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