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내 아픔들 ..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9. 1. 30. 20:52

우린 같은 나이였다..

우린 한 배에서 난 형제에게서 각각 시작된 생명으로

한 이는 겨울 야산 공터에서 반 얼다가 모질게 살아난 민들레처럼 강인한 어머니를 통하여

세상을 보았고 ..

다른 한 이는 온실속 살지 죽을지가 의문스러워 애만 태우게 하는 가녀린 화초같은 어머니를 통하여

세상을 보았다..

 

한 형제간이라도 그리도 다를 수 있는 것인가 ..

겨울철 혹한에서 살아남아 노오란 꽃을 피워내는 강인한 여인에게는 

그녀가 감당할만한 고통의 무게를 예비하고 있는 아우를 남편으로 만났고 ..

너무도 여려 결혼하여도 늘 부모의 애를 태워야 했던 여리디 여린 여인에게는 그에 맞는

고상하고 예민하기까지한 이지적이고 감성적인 형을 남편으로 만났다.. 

 

그렇게 너무도 다른 부모 사이에서 ..

내 사촌과 나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내 사촌이 몇 달 앞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오빠가 되었고

난 동생이 되었다..

 

오빠도 아닌 것이 .. 친구도 아닌 것이 .. 늘 어중간 했다.

다 커서 서로 결혼하고 나서 만나기 전까지는

어른들 안 보는데서는 난 늘 반말에 이름을 불렀다..

 

고질적인 문제를 지닌 오빠네 집은 늘 우리집에 부담을 주었기에

방학 때마다 올라오는 그 오빠에게 그리 살갑게 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꼭 예민한 고양이같은 나에게 필요없이 참견하고 자꾸 건드린다는 거였다.

꼭 어디라도 갈라치면 언제나 보이코트해 준다고 따라나섰다..

 

이성에 관심이 눈뜨던 시절 ..

그때는 전혀 멋지지 않아 보이는 그 오빠가 꼭 내 남자친구처럼 옆에 붙어다니는 게 ..

난 진짜 자존심 상하고 싫었었다.

지금 사진을 보면 조금도 못생긴 얼굴은 아니었는데 .. 

 

그 오빠 눈에는 제 사촌누이가 예뻐보였는지 

내 사진을 몰래 가져다가 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안방 문 위에 걸려있는 액자에 그 사진들을 넣어 두었다고

나중에야 전해들었다..

 

그 순박한 사촌의 마음과

그도 태어나면서 어쩔 수없이 부여받았던 가난과

황무지같은 곳에서의 고단한 삶 속에서의 마찰들을

진정 가슴으로 아프게 인식하게 되었을 때는 

그때로부터 많은 세월을 보내고 나서였다 ..

 

그리고 나서 얼마 안 있어 내 사촌 오빠는 죽었다 ..

내가 아직 못 값은 마음의 빚을 여전히 많이 남겨두고서  .... 

 

영원한 내 아픔의 존재가 되어버린 그 오빠가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숨을 내어 놓은지

벌써 6년이 넘어섰다 ..

 

어제 전화를 받았다.

죽은 오빠의 아내 .. 12살 연하의 어린 올케언니가 자궁을 들어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했다..

성실하고 자상하던 아버지같은 남편 그늘 아래서 화초같이 살던 올케언니는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열심히 살더니만 .. 

 

남편이 그리운 밤시간이면 무조건 차를 몰고나가 

정처없이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잠이 올 시간이 되어야 쓰러져 잠이 든다고 하더니만 ..                      

 

참으로 많은 생각이 교차되어 어젯밤에는 영 잠이 오질 않았다..

 

서울에 다녀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