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너무 맑아 시린 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10. 18. 19:42

네 샘이 시린 이유는

너무 고적한 곳에 자리한 이유다.

 

네 샘을 스치는 바람도

흙먼지 실어 나르는 바람과 달랐다.

바람은 힘 있었고 세찼다.

 

얼음도 시절보다 먼저 얼었고

싸릿눈도 빨리 왔다.

그래서 더 시렸다. 

 

네 샘에 떨어지는 나뭇잎들도

더 이상 함께 부둥켜 안고 부패할 것 없는

아주 마른 낙엽들이었다.

 

그래서 네 샘은 본디 네 모습과 어울리게

맑게 유지되었다.

 

네 샘물은 너무 맑아서 온기 잃은 푸른 색이었다. 

푸른 빛 감도는 샘물은 그래서 우울하였고

그 우울함은 하늘과 바람과 새를 불러들였다.

 

둥치 큰 나무에 오후의 뜨거운 햇빛은 가려졌으나

사계절에 별자리들은 품을 수 있어

생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게 네 샘이 더더욱 우울했던 이유다. 

 

이 땅의 온기있는 바람을 그리워 말아라.

바람은 결국 바람인 것이기에 ..

다가왔어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걸음의 여정에 불과한

지나가는 발자국 행렬 중에 한 자국에 불과한 것이기에 ..

 

차라리 같은 계절에 지나는 바람을 기억하고

같은 계절에 뜨는 별들을 기억해보아..

영원한 것을 사모해보아..

 

그러면 고즈넉한 고요를 품은

시려서 맑고 맑아 청아한 하늘을 품은 

아름다운 샘이 될 터이니..

 

어린 것이 가르치려든다고 기분 나뻐 말아..

 

내가 살기 위해 터득한 비방을 알려주는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