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눈빛을 깊게 만들고 ..
생각 많은 날 ..
명절도 다가왔고 해서
자갈치시장에 나가보았다.
방송에서 자갈치시장을 부산의 명소로 만든다 하여
어릴적엔 외할머니 따라 .. 좀 커서는 어머니를 따라 다니던 ..
추억의 그 길이 없어졌을지 모른다 생각했었다 ..
일부러 차를 멀찌기 주차시켜 놓고
천천히 예전에 좌판의 행렬이 펼쳐졌던 바닷가 선착장 주변으로 걸어들어갔다.
우와~ 그대로였다..
바다 짠내와 생선 비린내 ..
질척한 바닥 ..
치마를 여미고 발을 조심조심 딛지 않으면
길거리 좌판 생선이나 사람들의 시장본 것들에 스치어
옷이 젖을 것 같은 상황 ..
놀라운 것은 여전히 엿도 팔고 ..호떡도 팔고 있었다.
장어껍대기로 묵처럼 고아 만든 것을 잘라서 초장과 함께 건내는 좌판이 그대로 있었고..
상어 지느러미를 잘라 놓은 것과 함께 좁은 좌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먹고 있는 이들도 여전히 있었다.
외할머니는 그때 손잡이 달린 바깨츠?를 들고 오셔서
단골집을 돌며 문어며 생선이며 산적거리를 사서 담으시고는,
깍지도 않고 몇 마디 말도 않으시고 지갑이 여셨다.
그때는 할머니 지갑이 요술장이 지갑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린 내 눈엔 돈이 끝없이 나오는 것 같아서 ..
좌판의 행렬을 돌아보고 나는 오십 대를 바라보는 아줌마가 아니라..
대여섯 살 .. 초등학교 삼. 사 학년 시절로 돌아가
주변을 구경하다 할머니 뒷모습을 놓칠새라 눈을 바쁘게 움직이던 여자아이의
그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 그 시절 함께 그 대가족 식구 모두가 .. 보고싶어졌다.
백발의 증조할머니 .. 오십 대 후반의 외할아버지 할머니 .. 이십 대의 막내 이모..
백발의 증조할머니를 방바닥에 앉혀놓고 비행기를 태워드린다며 뺑뺑이를 돌리던 총각시절 종회 아저씨..
두 세대는 바뀌어 기억에만 존재하는 얼굴이 되어 실지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얼굴들이 여럿이 되었다.
나에게 외가의 기억은 모두 영화같다.
영화 속 배우들은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는 것처럼 ..
기억에 깊이 박혔던 시절의 얼굴들은 꼭 영화속 배역처럼 그렇게 도대체 나이를 먹지 않는다.
해산물에 관한한 도사가 되어버린 내 눈에 거져줘도 싫다할 싱싱치 못한 생선들과 문어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오기를 기다리는 가난한 내 이웃들에게 안스러움을 느끼며
튀김용 새우와 생선전거리와 싱싱한 모시조개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먼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인지 무척 피곤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추억거리가 많은 사람들은 눈빛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눈은 현실을 보고 있지만 눈동자는 먼 세월을 달려나가
세월을 달리면서 스치는 많은 장면들이 덮이고 덮이니
당연히 무거울 수밖에 없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