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
내 어릴적 살던 집은 언덕에 세워져 있어서
우리집 유리창엔 하늘이 한가득 다 들어왔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이층집엔 유난히도 유리창이 많았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그걸 늘 불평하셨다.
겨울에 춥고, 닦아야 할 유리창이 많다고 ..
집이 남서쪽으로 병풍처럼 길다랗게 펼쳐졌고
그 펼쳐진 쪽으로 모두 창문이 나 있었으니
어머니의 불평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랬다.. 바람부는 날엔 우리집 유리창 모두가 울었다.
그러나 나에겐 늘 살아있는 하늘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내 감정을 그려낼 그림바탕이 되었었다.
내 기억속 어린시절의 기억을 가장 많이 소유하며 서 있는 그 집은
황혼녘에 가장 아름아웠다.
해질녘 언덕 아래서 우리집을 올려다보면 ..
유리창엔 붉은 노을로 가득하고 붉은 벽돌까지 붉은 기운으로 빛나고 있었다.
주로 여름과 가을철에 더더욱 더 그랬었고 ..
왠지 기분좋은 느낌으로 들어가면 내 예감과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나보다 더 읽찍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반바지에 런닝차림으로
마당 구석구석에 물을 뿌리고 비질을 하고 계셨었다.
아버지 주변으로는 늘 .. 네 발 전체와 뱃가죽 모두 물에 젖어있는 우리 루비가 서있었다.
그날 붉던 노을이 밀려가고 하늘에 검푸른색의 하늘에 별들이 떠오르는 시간에는
어머니의 자랑거리였던 냉면이나 닭도리탕이 올라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
그건 아버지가 읽찍 들어오신다는 싸인이 어머니께 이미 들어간 탓 같다.
그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아주 선명해서 ..
난 하늘에 붉은 노을이 하늘을 채우는 시간이 되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냥 행복해지는 경향이 있다.
괜시리 심통이 나 ..
복어처럼 된 날이어도 어지간하면 이시간이 되면
늘 복어가 아니라 빨간고기로 변하는 마술에 걸리게 된다.
그래서 한때는 이런 생각이 들곤했다.
내가 이 땅을 떠날 때는 오전 열 시가량이어도 ..
내 평생 소원이던 하늘나라 내 아버지 앞에 도착할 시간은 해질녘이 될지 모른다고 ..
그 멋진 생각을 아무 생각없이 우리 어머니한테 했다가 ..
평소 들어보지도 못하던 "미친 년 .. 못하는 소리가 없어.."이란 욕을 얻어 먹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