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엇갈린 약속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5. 23. 15:10

한 시간을 기다리면서 ..

아들 아이의 충고를 떠올렸다. 

 

"보통 아이들이 사는 방법대로 그렇게 살게 하세요.."

제 동생을 매일 등하교 시키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나의 애정은 늘 과한 것 같다.

늘 그것이 문제다.  

큰애 때는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작은애는 여섯 살 때까지 내 손으로 키워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이가 어릴적 .. 외할머니와 단 둘이 살 때에 ..

길 가다가도 자그마한 아파트만 보이면 엄마집이라며 할머니 손을 이끌어 들어가자고 떼를 썼었고..

일요일 날 놀이터에서 제 또래 아이들이 제 엄마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보면

부러운듯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던 그 아이에게 ..

난 늘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어지간하면 아이의 감정적 애정의 필요는 채워 주려고 한다..

 

아이 어릴 적에 아이를 재워놓고 돌아오려고 하면 ..

눈치를 채고 더 안자려고 하던 아이.

그러다가 어쩌다 잠이 들어 내 몸을 살짝 빼면 아이는 내 옷을 잡고 자고 있었다.

그 후로 꼭 손에 이불깃이라도 잡아야 잠이드는 버릇을 가졌던 아이가 늘 안스러웠었다.

지금은 기억 속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 기억이 애틋한 안스러움이 되어버렸다.   

 

  

학교에 간 둘째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죽을 먹었으면 하는 것 같았다.

 

어딘가 편치 않은 것 같아서..

이유를 묻지 않고 점심시간 전에 가겠다고 했다.

 

약국도 부산하게 바빴지만 

바쁘게 바쁘게 약속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서 

죽을 들고 약속장소로 갔었다.

 

딱 그까지는 좋았었는데..

정말 딱 그까지만 하면 좋았었는데..

 

약속 장소는 후문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에 ..

학교 후문을 나와서 걸어나오는 부담감을 조금 줄여줄 요량으로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후문으로 난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겨우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비탈길이기에 ..

가다가  엇갈릴 염려는 전혀 없다는 생각으로 약속장소를 너머 

후문 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한 시간을 기댜렸다.

 

약국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좁은 골목에서 차를 이리 빼고 저리 빼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

기다리는 시간이 부담스러웠던 진짜 이유는 ..

죽이 퍼지고 있다는 그 사실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아이에게 죽을 먹이는 것을 포기하고 

차를 돌려 골목길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옆 담벼락을 보는 순간 ..

"애고~ 함정이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굽은 골목길을 조금 내려와서야

학교 측면 돌담 사이로 난 작은 돌계단이 보였던 것이다.

아이가 이 돌계단으로 내려왔다면 .. 우리의 만남은 어긋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더 내려오니 그 돌계단이 또 나타나고  더 내려오니 하나가 더 나타났다.

 

"애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  

 

학산여고 후문으로 가는 길 돌담벼락 사이로 난

앙증맞은 작은 돌계단들은  .. 오늘 나에게 함정이었다.

그 함정은 나의 다정이 병으로 작용하는 것을 들추어내었다. 

 

그리고 나서부터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의 잔정 많음으로 아이게게 도리어 방해가 된다고 생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방법은 없었다.

스스로를 괴롭힐 뿐이지.

그래서

용서하기로 했다.

'한지영씨 제발  좀 ..좀 .. '이라고 말하면서 ..  

 

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

난 왜 똑같은 실수를 이렇게 계속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