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봄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
우리 나라식 영화의 제목은 '프라하의 봄' 으로 되어 있으나
원 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프라하의 봄'이란 제목은 아무래도 필름을 수입하면서 ..
흥행을 위한 목적으로 보다 멋진 이름을 일부러 찾은듯 싶다.
동유럽 체코는 예전의 화려했던 러시아의 문화의 영향으로 문화적 깊이가 있는 나라이다.
더더욱 세계 제 2차대전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당하면서 사람들의 그 감정적 깊이는 더해졌다.
원 제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이 영화의 얼굴이다.
내가 본 중에 최고로 야한 영화였지만 ..
조금도 추하다거나 외설스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체코의 자유화 운동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 ..
혼란스런 사회를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한 남자와 두 여자의 러브 스토리다.
커트 된 면이 많아 여러 단면이 존재하여 ..
빛을 비추면 그 각 단면마다 빛을 반응하는 자기 색이 있어
각각의 자기 색들이 모여 여러 빛깔의 반짝거림이 존재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구성은 얼핏보면 복잡한 것 같아도 실제로는 아주 단순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인생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는 사랑들을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듯 받아들이는 ..
너무도 자유로워 병적인 바람둥이로 보여지는 남자 주인공 독신 토마스..
그에게 있어 진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모든 여자들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악기로 그 악기로 합주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어떤 악기도 동일하지 않은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있음을 즐기는 진짜 플레이 보이였다.
그러나 영화는 그 남자 주인공를 통해서..
성에 탐닉하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장벽에 가두어진 존재를 넘어서
자연 속에 어떠한 구속도 없는 자연스러운 꽃밭의 나비로 ..
그 나비의 가벼운 날개짓에서
책임없는 가벼운 자유를 즐기고 싶어하는 자연스런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었다.
유명한 뇌 수술 전문 의사라는 사실 때문에 그에게 좀 관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책임없는 가벼운 자유를 누리기를 갈망하는 나비같았던 그에 대한 평가는 ..
그의 반쪽과도 같고 ..그의 쌍둥이와도 같이 닮아 있었던 그의 오랜 연인 사바나에 의해서였다.
그 사실의 암시는 토마스와 사바나의 정사 장면엔 꼭 등장하던 거울에 있었다.
토마스의 손에 의해서 일부러 놓여지기도 하였고 .. 사바나의 의도하지 않게 놓여지기도 했었던 ..
어쨋든 토마스의 자유로운 정신세계는 감성 풍부하며 토마스만큼 자유분망했던 사바나를 통해서 평가가 받아지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거울같은 존재들이었으니까..
자연 속.. 자유로운 한 쌍의 나비와도 같았던 이 둘 사이에 한 여자가 등장한다.
순진하고 순결한 영혼을 가졌던 테레사의 등장은 두 사람의 인생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깨어진 거울 속에 토마스와 사바나를 각각 나누게 하는 ..
그래서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나 한 사람은 창조주의 뜻에 의해 마련된 가족이라는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다른 한 사람은 끝까지 인간관계로의 갇혀질 구속을 피해 자연 속 자유스런 나비로 날아 오른다.
의지로 조절할 수 없었던 토마스와 사바나의 관계 속에서도
토마스의 청순한 아내 테레사를 향한 진실한 사랑은 가능하였고 ..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사바나의 복잡한 감정과 테레사를 향한 미안함과 연민 질투 우정은
한 작은 일을 통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잡고 잡히면서 서로 울고 있으며 서로 웃으면서 서로를 공격하기도 서로의 손을 잡아 안으면서...
그들은 서로가 가해자이며 서로가 피해자이며 서로가 아픔이며 서로가 한 사람의 또 다른 거울면임을 확인한다.
그녀들이 갖고 있는 마음이 녹아있는
테레사의 필요에 의해 누드 사진을 자청하여 찍어준 ..
누드 사진 속 사바나의 슬픈 눈빛을 사진들을 보면서
그들 간의 보이지 않는 고통들을 토마스는 감지하고 .. 토마스 역시 그 고통들과 하나가 된다.
암울한 사회는 토마스의 심리를 압박하고 ..탈출구로서 그의 자유로운 나비짓은
토마스나 그의 아내 테레사를 더 내몰고 ..
그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연 속 소박하나 향기로운 꽃과
그 꽃의 향기에 매인 나비가 되기로 작정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프라하의 봄을 보고 느끼며 어떤 심리적인 자유의 기쁨보다
사랑의 구속안에서의 평화를 찾아 영원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으로 건너가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는 사바나는 ..
어느 날 유럽에서 날아 온 편지를 받고 그의 반쪽이 이미 이 세상에 없음을 알게 되고 ..
자신의 혼이 빠져나가는 허탈감에 허공을 나는 까만 나비가 되어버린다.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이 되어 ..
그래서 도리어 그와 하나가 될 수 없었던 그녀의 애닯은 사랑은..
그렇게도 허무하도록 가볍게 그녀를 진짜 떠나가버렸다.
그의 발 위에 그의 또 다른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이었던 아내 테레사의 발을 올려 놓고
그들의 사랑의 시작이었고 마지막이 될 숫자 6자를 향하여 .. 걸어 들어갔다.
진하게 유혹하는 눈빛과 몸짓으로 나비를 유혹하는 꽃이 되고 ..
그 유혹에 포로된 나비가 되어 그들의 가장 행복한 시간 속으로 영원히 함께 들어가
그들은 함께 시간을 멈추어버렸다.
근원을 찾을 수 없는 배신감에 ..
온 몸이 타버려 까맣게 그을린 검은 나비가 되어버린 사바나는
자신의 영원한 연인 토마스의 마지막 순간의 호흡을 토해놓았던 우거진 숲속으로 날아들었고..
그가 빠져들어가던 깊은 안개는 그곳에서 방향을 잃고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까만 나비를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