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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게 하소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4. 8. 12:00

 자연의 바람을 닮게 하소서.

 

계절을 알리는 바람이지만 ..

이 땅의 생명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 계절의 명확한 선을 요구하지 않으며 

언제 왔다가 갔는지조차 모르는 사이에 다녀가는

겸손한 자연의 바람으로 살게 하소서.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다 해서

모두에게 꽃을 재촉하지도..

연한 잎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응달에 제대로 피지 못하고 시들어 말라가는 꽃을 보고

혼자 애를 태우지도 않게 하소서.

그것은 자연을 닮은 바람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바람을 닮게 하소서.

 

오직 자신을 일으키신 분의 손길만을 기억하는 바람이게 하소서.

바람의 길에서 오직 그분의 뜻인 사랑만을 생각하는 바람이게 하소서.

 

처음 스치는 곳 마다

이전에 머물던 계절의 흔적들이라

눈에 보이는 그것으로 외로워하며 서러워하지 않게 하소서. 

 

내가 지나고 나서야 내 바람의 기운이 펼쳐질 것이기에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의지하지 않게 하소서.   

진정 그리되게 도우소서. 

 

 

 저는..

자연의 기운만 품었을 뿐이기에

정녕.. 

얼굴은 없는..

이름이 없는..

그런 바람의 모습으로 사라지게 하소서. 

 

저의 존재는 ..

오직 저를 내신 분의 뜻 안에서만 가치가 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저는 바람으로 스칠 뿐이나..

그 바람 안에 계절의 기운을 넣으신 당신께서 ..

계절을 바꾸고 계심을 믿고 

낯선 계절의 바람을 거부하는 이들로 아파하지 않게 하소서. 

 

 

 바람의 길은 외로운 길이나..

바람의 길을 내신 분의 뜻이 이미 그 바람의 길 임을 깨달아 ..  

그 길에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