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5

때 이른 벚나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3. 30. 20:04

 

네 몸에

손만 닿으면

피가 날 것 같다.

 

무수한 가지마다  

충혈된 네 몸은

바람에도 

아플 것 같다. 

 

매 년 이맘 때 쯤이면

피나는 인고의 시기를 치루는

너희네 모습들이 안스럽다. 

 

화사한 햇살 아래

하얀 색

연분홍 색

그 작은 꽃들을

무수히 맺기 위한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견디는

너희네 모습이 아프다.

 

흐린 날 

아직 겨울을 보내지 않은

한기 품은 바람은..

 

한번 거칠게 불면

피가 날 것 같은 너희들 가지에

야박하게도..

 

눈이라도 몰고 올 것처럼

아직은 자기 날이라며

위협하며 너희를 흔들고 있다.

 

내가 뭘 해 줄 수 있겠니..

 

그냥 보고 있을 수 밖에..

 

자연의 순리대로

봄은 이 시간에도 오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삼고

희망을 삼으며

그냥 눈 감고 있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