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끼어 있는 호수
살얼음 끼어있는 호수에 제 얼굴을 비춰보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깨이고 ..
투명한 호수에 비친 시리도록 파란 하늘아래 군더더기 없는 마음이 자연처럼 드러납니다.
저는 요즈음 ..
저 안에 있는 여러 얼굴의 모습 모두를 끌어 안고 ..
우린 하나라며 위로하고 인정하며 ..
이제껏 살아 온 발걸음 중에 나타낸 여러 이름으로서 저의 모습을 함께 돌아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인생에서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평화와
사람간의 화평과 그 안에서의 안온한 행복을 최고로 꼽아 왔었지요.
돌아보니 그것에도 자신은 없습니다.
워낙 많은 가지와 잎이 있어 늘 어떤 부분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가 아버지와의 평화를 누린 것인지..
어느 정도가 화평이고 행복인지조차 가름할 수 없습니다.
진정 화평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었는지..
남에게 쓴 소리 한 번 하는 것이 너무도 힘든 저의 비겁함에 저절로 엮인 산물이었는지조차
저는 솔직히 가름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저 안에서 변함없이.. 온전히.. 선한 것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도 상대적이지 않는 선함과 사랑은 .. 슬프게도 ..슬프게도 없었습니다.
정말 슬프게도 말입니다.
저는 호수가에 앉아 일어설 줄을 모르고 하염없이 ..
하늘을 품어버린 호수를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저의 모습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상태이기에
저의 그 알량한 선함과 착함을 가지고서는 ...
아버지의 영광의 빛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온전한 선함과 온전함을 이루신 우리 예수님을 통해서
그분의 의로우심으로 우리의 의로움의 겉옷을 입히시어
거룩하신 아버지의 영광 앞에 감히 설 수 있게 해 주셨나 봅니다.
아버지! 아버지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저의 뻔뻔함은 설마 아니겠지요?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신뢰 때문인 것이겠지요?
그것도 아버지에 대한 저의 사랑이라고 여겨도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요?
죄송하게도..
저는 저의 육신의 몸을 주인으로 삼고서는 ..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제 행동으로 도저히 증명해 보여 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하다고 여겨지는 제 행동이라 할지라도 알고보면
무의식적으로 교육에 의해 몸에 붙은 습관에 의한 것일 수도 있었고..
제 얼굴과 몸에 치장하는 것의 일종인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용서하고 싶을 때 용서하고..
베풀고 싶을 때 베푸는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용서하고 싶지 않을 때 용서가 되지 않고..
베풀고 싶지 않을 때 베풀지 못하는.. 저는
여전히 자기사랑을 넘어서지 못하는 그런 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죄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은혜가 덮혀지지 않으면
아담과 하와가 벗은 몸이 부끄러워 나무 뒤에 숨었던
그 부끄러운 몸 그대로를 가진 그들의 후손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버지와 우리 주님에 대한 사랑을
제 행동만으로는 온전히 증명해 낼 수 없고..
아버지와 우리 주님의 희생으로 마련하신 새로운 관계 안에서만..
그것도 약속하신 성령의 도우심으로만 ..
온전히 아버지와 우리 주님의 사랑을 온 몸으로 온전히 증명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그것이 저의 당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여겨주실지 모르겠으나..
당신 아들의 피로 저의 모든 약함과 악함을 씻어 주시고
당신 아들의 피의 가치로 천한 저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 믿음을 당신께 드리는 저의 사랑의 선물로 내어 놓으며..
당신 발 앞에 엎드립니다.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없는 것을 요구하시지 않으시고
당신의 희생으로 탄생시킨 값진 진주를 이 땅에 내어 주셨고
그 진주의 가치를 믿고 그 진주를 마음에 담기만 하면 우리로 그 진주로 여겨주신다고 약속하셨으니까요.
다른 이들은 몰라도 만일 저에게서 만일 의리와 선함과 의로움을 요구하셨다면
저는 영원히 아버지 앞에 설 수 없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서 주신 진주와 아버지의 약속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오늘 저는 마음이 많이 슬펐지만 .. 슬픈만큼 감사함도 크게 와닿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