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까마귀 무리들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3. 13. 08:21

시야가 흐립니다.

온통 희뿌연 회색 연기에 싸인 세상이 꼭 그림 같습니다. 

아침 해의 기운을 머금어 약간 붉은색 도는 회색 하늘에는 해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까마귀같이 까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무리가 끝없이 계속 몰려오면서..

저를 계속 세월이란 물결로 세월이란 거울 앞에 서게 합니다.

 

그런데 어쩌지요!

저는 이제서야 진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서야 음악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다양한 감정의 표현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미술 속에서 삶 속에 숨겨진 다양한 형태를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어쩌지요! 

저는 이제서야 심장에서 나와 혈관을 힘차게 도는 피의 흐름 속의 에너지가 아까워

무료한 오후의 하품이 도리어 낯설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감성의 세계가 색색으로 각각의 형태로 .. 존재하는 가치로만 가치를 지니며 ..

있는 그대로의 세계로 보이기 시작했는데 말이지요..

 

저에게는 이제서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고..

가장 슬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제가 원치 않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원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 겨우 안정 되어서 ..

이제사 인생에서의 걸음마를 끝내고 주변을 돌아보며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무엇보다 저의 모습은 양각화로 드러나지 않고 음각화로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

그래서 드러나는 형태가 없다 하여 얼굴 없고 개성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는데요.  

제 아버지의 말씀처럼 깊게 파진 음각화로 제 모습의 선이 선명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느끼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제가 사랑을 논하면 딸애가 웃습니다.

아이 눈엔 제가 다 늙은 암사자로 보이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동기가 선한 것이면 모두 좋은 결과만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지만..

극약이 내 원수에 의해 나쁜 의도로 먹여지든..

내 사랑하는 자에 의한 사랑의 손길로 모르고 먹여지든 ..

먹은 이에게 독으로 작용되면 분명 극약이라는 진리가 ..

저에게 현실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우리 피조물에게 완전한 기쁨과 완전한 선은  

오직 우리 예수님과 예수님의 아버지이신 당신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제 인생에서 더 늦지 않은 시간에 그 진리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아직 많은 저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아버지! 당신께 받은 그 사랑을 ..

순결한 사랑으로 돌려 드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리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