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평온한 모래 언덕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불었습니다.
모래 언덕에 바람의 물결을 내는 장관을 드러내더니..
점차 모래 언덕을 칼보다 더 날카롭게 나누기 시작하더니..
거의 사십 년동안 쌓기 시작하던 모래언덕 자체를 평지로 드러내어 버렸습니다.
바람은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 쓸려갈 모래가 없음에도 바닥면을 쓸어 내더니 ..
무언가가 나타났습니다.
무력감과 허탈감에 질려 하얗게 변해가는 제 얼굴 앞에 말이지요.
열려있는 거대한 궤짝 안에까지 가득 차 있던 모래가 다 쓸려나가고 난 그 자리에..
죽음이란 글자의 홀이 드러났습니다.
그때서야 한 생각이 스쳤습니다.
쌓아도 쌓아도 때때로는 턱없이 주저앉던 모래언덕 아래서 울고 섰었던 그 많은 순간순간은 바로..
끝없이 모래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저 죽음의 홀 때문이었구라라고요.
끝이 보이지 않는 좁은 저 어둠 속 홀에서의 흡인력은 얼마나 대단한지 ..
그곳에는 또 다른 어둠 속의 거대한 세계가 있어 어떤 원리로 돌아가고 있는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아무리 해 아래서 땀흘리며 쌓아 올렸던 모래언덕도 ..
뜨거운 해 아래 얼음동상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요.
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이제껏 제가 쌓아 올렸던 모래 언덕을 결국엔 다 삼키고..
마지막엔 저까지 삼키려고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홀 앞에서 ..
저는 저의 구원자이신 예수님만을 바라고 섰습니다.
저 죽음의 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귀한 피를 우리 피 대신 그 홀에 쏟으셔시고
그 죽음의 문을 영원히 막으실 수 있는 못자국 난 우리 주님의 사랑가득한 믿음직한 손이었습니다.
저의 눈은 우리 주님의 얼굴을 향했습니다.
주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옆에 계시지만 얼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려고 애를 써 보았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그런지 하얀 빛만 가득한 세계로 얼굴을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주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그 사실이 너무 슬퍼서 울었습니다.. 계속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