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2008. 2. 18. 10:20

네가 빨리왔으면 좋겠어.

난 추운것은 딱 질색이거든..

 

이번 겨울은 참으로 길었어.

처음에는 그 이름 때문에 추웠고

나중에는 그 추위로 그 이름을 증명했지.

 

 

네가 빨리왔으면 좋겠어. 

난 움추리는 걸 싫어하거든..

 

이번 겨울부터 ..

내 몸에 노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남들이 벌써부터 사용하던 아이크림을 

이제서야 바르기 시작하게 되었구.

왠지 내 몸의 노화를 

추위 때문에 움추리고 다닌 탓으로 핑게되고 싶어졌어. 

 

나에게 늙음이라니..

여고시절이 엇그제 같은데..

세상에 내 나이가 오십을 바라보고 있다니..

 

좀 억울한 기분이 들었어.

활짝 피기도 전에 드라이플라워가 된 기분..

꼭 그런 기분이 들었어. 

 

오늘 아침

봄 .. 네가 그리워졌어.

그것은 한 이름 때문이었어.

'마미'라고..

난 이상하게 그 이름만 보면 화사한 햇살이 느껴져.

왠지 요정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아이지.

 

오랫만에

집정리를 해야겠어.

유리도 닦고 장독들도 반들반들 닦아야겠고..

 

자고 있는 화초들을 깨워

제 몸보다 작아진 옷을 여전히 입고 있는

그 녀석들의 옷을 갈아입혀 주면서 

새 친구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알려줘야겠어.  

 

 

그동안 겨울잠에 빠져들었던

나의 상태를 모른채

앉은 자리에서 삐쳐있는 이들을 찾아가...

화사한 작은 화분들로 그들의 마음을 풀어줘야지.  

 

늘 그래왔던 그 모습대로..

 

 

네가 빨리왔음 좋겠어.

무겁고 칙칙한 색의 옷들을 장농안에 모두 들여놓고..

가볍고 고운 색의 옷들을 꺼내 놓을 수 있게..

더 이상 움추리지 않고 ..

 

가볍게 나비처럼 날아 다닐 수 있게..